개가 웃을 일
개가 웃을 일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12.2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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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대통령 선거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가족 리스크 검증대에 올라 곤혹을 치르다가 마지못해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재명 후보는 아들의 불법 상습도박과 관련해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다만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들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논란과 관련해 “제 아내의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국민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허위이력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온 공정,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들 두 대선후보의 사과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도 각각 논평을 냈다.

먼저 이재명 후보의 사과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과는 `조건반사적 사과. 자판기 사과'에 불과하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마라. 사과의 기술로 국민의 눈과 귀를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후보 사과에 대해 민주당은 “한마디로 `개 사과 시즌2'다. 등 떠밀려 억지로 나선 속내가 역력했고 억지 사과로 국민을 우롱했다. 윤 후보의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영혼 없는 사과로 악어의 눈물을 보인 두 후보나 이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서로 잘났다고 논평을 낸 양당이나 참으로 국민의 심경은 눈곱만치도 헤아리지 못하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삶이 고달픈 국민들은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짊어진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친구 또는 가까운 이웃과 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푸념하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다. 소주 한잔 들이키기가 무섭게 “아들을 도대체 어떻게 키웠기에”, “부인을 도대체 어떻게 관리했기에”라는 화두가 첫 번째 안줏거리로 등장하고, “이×도 저×도 대통령감이 아니다”라는 비토가 입가심 안주로 나오니 비싼 고기 안주는 주문할 필요도 없다.

가족이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아주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인생사이다. 공인의 가족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반 국민과는 생각 자체가 틀려야 하고 남달라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가족 중 누구 하나가 사고를 치면 크게 야단 한 번 치고 끝낼 수 있는 일이지만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내 가족, 내 측근부터 일말이라도 흐트러짐이 없는지 돌아봐야 하고, 한 치라도 부정함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단속할 필요가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역대 대통령의 가족, 측근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보면 정답이 나온다.

내 가족도 제대로 건사 못하는 정치인이 국가를 다스리고, 국민의 어버이가 되겠다고 뻔뻔하게 나서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개가 웃을 일이다. 더 이상 이 나라 백년대계의 번영이 달려있는 국민의 대축제를 콩가루 대선으로 만들지 말고 두 후보는 먼저 집안 단속하는 일부터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정치판에 나서는 것이 국민을 향한 예의고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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