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해제
위드코로나 해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2.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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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억울하고 화가 날만 하다. 가뜩이나 성수기를 앞두고 대목을 기대하던 참인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방역당국이 18일부터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를 전격 철회하고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나서자 소상공인, 자영업 종사자들이 아우성이다. 특히 식당, 카페, 포장마차 등 밤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업소들은 완전히 `멘붕' 상태에 빠졌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달 1일 전면적인 위드 코로나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초부터 무려 611일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것이다. 당시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0여명 안팎이었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 2000명을 넘나들더니 이달부터 4000명대에서 6000명, 7000여명 대로 치솟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거리두기 강화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때도 방법도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우선 시기가 너무 늦었다. 중대본이 위드 코로나 시행에 들어간 시점은 확진자 수가 1000명대 초반에 머물던 때였다. 하지만 불과 20여일 후인 11월 하순 초입에 이미 4000명을 넘어섰다. 이어 11월 말 즈음에는 50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중대본은 이때 벌써 심각하게 상황을 인식해야 했다. 이미 보건의료계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한창 나오던 때였다. 청와대에서 나온 목소리도 중대본의 미온적인 대처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통령은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위드 코로나의 포기는 없다고 공공연히 방송에 천명하고 있었다. 결국 위드 코로나는 18일부터 중단되고 말았다. 때가 늦은 만큼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한층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이번에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없이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초고강도의 조치에 나섰다. 이에 따라 유흥시설이 포함된 1그룹 업종과 함께 식당, 카페, 노래방, 실내 체육시설 등 2그룹 업종까지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된다. 식당과 카페 등은 종전 오후 10시이던 영업시간 제한이 한 시간 앞당겨졌다. 자영업자들은 `아예 장사를 하지 말란 얘기와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인 10월 이전보다 더 가혹한 규제라는 것이다.

연말을 앞두고 식당이나 대형 레스토랑 등 외식 업계는 줄줄이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 이미 11월부터 스케줄을 잡았던 동창회나 부서 회식 등 각종 송년 모임은 대부분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극장가도 비상이다. 극성수기인 겨울방학을 맞아 대형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대기 중이던 영화업계는 이번 강화 조치로 오후 10시까지 극장 개관 시간이 단축되자 초상집 분위기다. 한국영화PD조합, 시나리오작가조합, 상영관협회, 영화 관련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영화 산업의 도미노 붕괴를 우려한다며 한걱정을 하고 있다.

극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방역 당국의 탁상행정도 성토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극장에서는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식이 금지돼 있고 서로 대화도 하지않는 점을 들며 획일적인 거리두기 규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후 영화관에서 집단 바이러스 감염 사태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기와 방법론에서 아쉬운 게 너무나 많은 이번 방역 강화 조치. 정부 방역당국이 곰곰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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