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
공룡시대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12.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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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농한기다. 겨울은 농부들에게는 방학이나 다름없다. 재배의 특성과 기후 등으로 인하여 편중되므로 분주한 시기와 한가한 시기가 생겨 3월부터 시작되는 농사일은 10월이면 거의 끝나고 넉 달 동안은 휴식기간인 셈이다. 근래에 와서 농촌 부업의 발전으로 노동력이 연중 고르게 안배되어 특별한 농한기가 없기는 하지만 수도작과 땅콩, 고추 등 일부 밭작물을 재배하는 나에게는 겨울은 한가하다.

농한기에는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이 전부다. 출판, 광고업을 하는 아들 내외는 겨울 동안 비수기인 나와는 반대로 정신없이 바쁜 계절이므로 아이들은 결국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된다. 아침 7시부터 밤늦도록 먹이고 재우고 놀아줘야 하는데 애 보는 일은 육체로 하는 일보다 힘들다. 5살 박이는 그래도 말귀도 알아듣고 수월하지만 3살 난 손자 녀석은 천방지축인데다 똥오줌도 못 가린다.

충북지역에서 어린이집 관련 확진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 5곳 135명, 충주 3곳 14명, 옥천, 증평, 진천, 괴산 등에서도 37명으로 모두 186명이 확진되었다. 충북도는 확진자가 이어지는 어린이집 관련해 모든 보육 교직원의 진단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특별활동, 파견 강사 등 외부인이 어린이집에 출입할 때는 2주 이내에 받은 진단검사 확인서를 내야 한다. 이제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고려해야 하니 신세는 더 고달프게 생겼다. 워낙 세상이 무섭고 험하여 아이들이 행여 잘못되는 건 아닌지 늘 걱정이 앞섰는데 지금은 코로나가 겹쳐 걱정이 하나 더 보태져 바이러스 감염에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확진자라도 나오지나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 있다.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다. 하루 4~500명이 전염될 때도 세상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아 몹시 불안에 떨었는데 국민 80%나 백신을 맞은 지금 그때 10배가 넘게 발병되고 있다고 한다. 2차 접종으로 완벽 방제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다. 3차 접종,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추가 접종이 아닌 3차(부스터)접종 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층과 우선접종 직업군 등 고 위험군을 중심으로 시행되던 부스터 접종이 18세 이상 전 국민 접종으로 확대되었다. 지난 15일 3차 부스터 접종을 했다. 나 보다도 아이들과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라도 맞아야 했다. 나로 인하여 그들이 불행해지면 죄악인 것이다.

늘 방목하던 녀석들을 우리 안에 가둬 놓으니 요즘 사료 값이 만만치 않다. 조류독감이 번져 어쩔 수가 없다. 풀어놓으면 산과 밭을 자유롭게 노닐며 실컷 쪼아 먹건만 우리 안에선 사료만 먹으니 사료 값이 여간 아닌 것이다. 또 단양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단양군 단성면 북상리의 한 산에서 9구의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됨으로써 제천 7건, 단양 35건으로 모두 42건이다. 지난여름 땅콩 밭을 들쑤셔놨던 멧돼지와 너구리는 무사한지, 집 나간 기러기는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고 안녕한지, 괘씸하지만 두루두루 궁금한 건 왜일까.

사람들은 코로나로 주눅이 들고 동물들 또한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옛날 아주 먼 옛날 공룡시대가 막을 내렸던 그때의 상황이 언듯 언듯 그려지는 요즘이다.

유독 가축을 좋아하는 큰 손녀는 집에 박혀있는 것이 답답한지 농장엘 가자고 졸라댄다. 그리고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자 불쌍하다고 문 열어주자며 보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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