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작은 신화
승리의 작은 신화
  • 김경수 시인
  • 승인 2021.12.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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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인
김경수 시인

 

그 순간 함성이 터졌다. 골인이었다. 뜨거운 열광이 쏟아졌다. 오래전 어느 가을 조기 축구 대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강팀은 강팀대로 약팀은 약팀대로 승리를 위해 분위기가 들썩거렸다. 그런데 승구가 속한 팀은 약팀 중의 약팀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어찌 된 것이 대진표가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강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비록 예선전 첫 경기에 패배로 탈락할지언정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을 하였다.

그들에게도 신화를 꿈꾸듯이 승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심판과 선수들이 입장하였다. 아무리 약팀이라고 하지만 정작 경기도 하기 전에 벌써 주눅이 들린 듯 한편으로 안타까워보였다. 그러는 반면 상대팀의 그들은 여유를 부리며 거만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심판의 호각소리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경기는 열세를 거듭하면서 몇 번의 골을 실점할 뻔 한적도 여러 번 넘겼다.

그들은 승구 팀 어느 누구도 견제를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조금 한다 하는 승구마저도 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긴 작은 키의 보잘것없는 체구를 가진 그를 그들이 눈여겨볼 일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약팀이라 하더라도 응원하는 사람들은 승구에게 은연중에 한 가닥 희망의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외면한 채 경기는 조마조마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승구팀 선수들은 상대팀 선수들을 방어하기 바빴고 공격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쨌든 경기는 아직 실점을 하지 않았고 그런대로 버티며 가고 있었다. 그러다 무승부로 끝난다면 패널킥 승부로 운 좋게 이길 수도 있다는 공공연한 행운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라도 약팀은 이겨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경기가 혼전으로 거듭하다가 공이 튕겨나가고 그 공이 승구 앞으로 바운드를 그리며 우연히 굴러왔다. 비록 공을 다루기에는 불안정했지만 머뭇거릴 겨를도 없이 승구는 곧바로 슛을 하였다. 하늘로 축구공이 강하게 사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그리고 골 그물망을 흔들었다. 함성이 터졌다. 골이었다. 슛을 한 승구보다 응원하는 그들이 먼저 알았다. 열광과 환희가 울려 퍼졌다. 그렇지만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연이어 남은 경기가 계속 진행되었다. 그때부터 그들은 승구에게 태클을 걸며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괴롭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판의 호각소리가 경기장을 가르며 경기는 종료되었다. 아주 귀한 값진 승리였다. 그것이 요행이든 행운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설마 이 경기를 승리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들에게 그것은 승리의 작은 신화였다. 그리고 그 불꽃은 희망이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승리는 값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그렇다. 더구나 힘들고 어렵게 얻은 승리일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때론 신화와 같은 표현을 붙이곤 한다. 그렇다면 그런 신화와 같은 승리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강하게 열망하는 희망과 도전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승리에 불가능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승리를 다짐하며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2002년 4강 신화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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