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응원하며
당신을 응원하며
  •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12.12 1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어느새 연말이다. 언제 2021년이 이렇게 다 가버렸을까. 이 시기가 오면 우리는 누군가 세뇌라도 시킨 듯이 이런 생각을 한다. “아, 한 것도 없이 또 나이만 먹었네.” 너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기에 평소처럼 가볍게 넘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슬프게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러한 사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순백같이 순수한 아기에게도 세상은 언제 뒤집었는지, 언제 말이 트였는지를 따지고 그 아기가 조금 크면 언제 한글을 뗐고, 선행학습은 어디까지 했으며 예체능을 무엇을 하는지를 묻는다. 이제 가치관이 세워지려고 하는 어린아이들은 이미 머릿속에 내가 무엇을 해내야만 인정을 받는다는 가혹한 사회의 법칙 먼저 배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시작이다. 누군가 말했듯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허들은 높아만 진다고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유종의 미를 위해 수능은 대박이 나야 하며, 좋은 대학에 가면 그에 걸맞은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한 해 한 해 숙제처럼 주어진 미션들을 무난하게 완료해야 내 인생에서 그 해(年)가 의미가 있는 듯 열심히 달리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면 괜찮을 텐데 직업이 정해지면 결혼을 해야 하고 건강하게 아이들도 낳아야 한다. 게다가 직장에서도 연차에 맞게 늦지 않게 승진하기 위해 또 바동바동 노력해야 한다.

공식 룰처럼 정해진 이 삶의 루틴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떤 성과를 만들어서 느껴지는 희열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일 테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회의 기준과 요구 사항을 모든 이에게 적용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아무 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감정적으로 요동치지 않고 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삶은 너무 나태하고 안일한 것이 아니냐, 너도 노력하면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굳이 몰아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떠밀리고 있다. 그러니 아이가 아프지 않은 하루하루가 쌓여 한 해를 입원하지 않고 보내 행복하다는 엄마에게 이 학원도 보내야 하고, 저 학원도 보내야 하고, 이런 정보도 알아야 하며 저런 정보는 기본이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며 중대한 실수 없이 마무리를 잘해 안도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가만히 일만 하면 사람들이 가마니로 알 테니 사회생활도 빨리 시작하라고 채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에는 지켜야 할 일률적인 법이 있고 동일한 규칙이 있지만 우리 각각의 인생에는 자신만의 목표가 있고 의미가 있다. 그것이 누군가 보기에 한심하고 미련해 보여도 그 속에 어떤 것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지, 무엇이 단단하게 서 있는지 모르니 올해 연말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단정하지 말자.

당신은 절대 그저 나이만 먹지 않았다. 평범하게 하루하루 보내 올 한 해를 착실히 쌓아왔고 그것이 당신이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리의 그저 그렇고 무채색의 일상, 그리고 한 해 한 해를 응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