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됨과 인물됨
인간됨과 인물됨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12.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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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꼴불견 중의 꼴불견은 인간 같지 않은 자가 인물인 것처럼 거드름피우거나 나부대는 겁니다. 이보다 더 한심한 것은 그런 자들을 믿고 부화뇌동하는 얼간이들의 작태입니다. 비극입니다. 아니 희극입니다.

그렇습니다. 시정잡배보다 못한 자들이 돈으로, 연줄로, 요행으로 요직에 앉아 인물입네 하고 거드름피우며 이리 왈 저리 왈 하는 걸 보면 구역질이 납니다. 깜도 안 되는 인간들이, 양심에 피멍든 인간들이 돈과 권력을 무기로, 얄팍한 지식과 언변을 무기로, 패거리들의 추종을 무기로 혹세무민하며 호가호위하고 있어서입니다.

인물인 줄 알고 대단타 여겼는데 알고 보니 속으로 호박씨 까는 양상군자였고, 제 뱃속만 채우는 모리배였습니다. 그들로 인해 가뜩이나 혼미한 세상이 더욱 혼탁해지고 살벌해졌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됨은 됨됨이의 준말입니다. 인간됨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에 대한 기본적 소양의 겸비 여부를 재는 것이고, 인물됨은 일정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개인의 역할과 가치의 크기를 재는 겁니다.

그래서 인간성이란 말은 있고 인물성이란 말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인물이라 칭합니다. BTS나 고진영처럼 한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가 되거나 명성과 명망이 인구에 회자되면 인물반열에 오릅니다. 세종대왕이나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그 뛰어남이 홍익실현과 인류평화와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한 이를 위대한 인물이라 선양하고 그립니다. 히틀러나 나폴레옹이 영웅호걸의 풍모를 지녔다 해도 인류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자 전범이기에 인류는 그를 위대한 인물로 기리지 않습니다.

이렇듯 진정한 인물은 세대와 시대를 뛰어넘어 추앙받는 분입니다. 아무튼, 훌륭한 인물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복 받은 사회입니다. 그들로 인해 사회와 공동체가 더욱 건강해지고 진화되니까요.

반대로 인간됨이 엉망인 자들이 인물입네 하고 설치면 나라와 사회는 불행해집니다. 그들의 오만함과 방자함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그들의 그릇된 리더십이 사회와 공동체를 멍들게 하고 미래까지 어둡게 하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 꼴 같아 부아가 치밉니다. 문화·예술·체육계는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인물들이 많은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정치권에는 이렇다 할 인물이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인데 아직도 `그래 이 정도면 뽑을 만해'하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으니 말입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이런저런 허물과 범법으로 감옥살이하고 있는데 당선이 유력시되는 집권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가 법의 심판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기가 막힙니다.

각설하고 인간됨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으로 함양되고 일과 사회활동을 통해서 내공이 쌓이고 투영됩니다. 인물됨은 그런 인간됨의 토양 속에서 형성되고 사회와 시대에 의해 도드라집니다. 하여 인물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고 키워지는 것이라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충과 효를 인간됨의 기본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지금도 도외시할 순 없는 덕목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공정과 공익을 지키고 확장하려는 민주의식과 이를 함양하려는 자세와 열정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웃과 사회에 공의롭고 이타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가 참 인물이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입니다. 사람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짓기도 하고, 속죄를 하기도 하고, 큰일을 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인물이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니 인물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인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인간이기만 해도 족합니다. 그리되고자 오늘도 양심에 난 털을 자르고 애써 미소 짓습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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