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높이기 경쟁하는 비호감 선거
비호감 높이기 경쟁하는 비호감 선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12.05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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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통령 선거가 되고 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진다. 여론조사에서 유력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에서는 선두를 다투는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70%에 육박한다. 두 후보 모두 진실이 드러나면 치명상이 될 수 있는 혹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니 유권자들을 야박하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후보들이 자신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상대의 흠집을 물고 늘어져 비호감도를 자신보다 높이려는 비루한 작전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비호감 경쟁의 산물이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막말 퍼레이드다.

그제도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가난하게 큰 사람은 모두 형수에게 쌍욕을 하고 조폭, 살인자까지 변호하냐”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공박했다. 전날 이 후보가 “비천한 집안출신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고 한 발언을 꼬집으며 신물나는 레퍼토리들을 또 틀어댔다. 도가 심해져 이제는 상대 후보를 넘어 그 지지자들까지 폄훼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하는 황운하 의원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윤석열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곤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라고 썼다가 당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영입한 군 출신 여성 인사를 두고 `전투복에 달린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 같다'고 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데 대해 “반창고 땜방 선대위가 출범했다”며 “폭탄주에 취해 만든 봉합의 결말이 고작 `구태 3김 선대위'냐”고 비아냥 댔다.

양극화, 인구 절벽, 기후난, 바닥을 향하는 국민연금, 초고령화 대책, 젠더 갈등, 부동산 문제 등등. 이 나라가 직면한 절박한 과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후보들 캠프에서 국가의 미래를 통찰한 원대한 공약은 생산되지 않는다. 당장의 비호감을 떨치기 위한 즉흥적 선심 공약만 난무한다.

국민지원금 논란과 감세 경쟁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후보가 “내년도 예산으로 1인당 100만원 정도씩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풀자”고 나서자 윤석열 후보는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부터 보상하겠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올해 걷을 세금을 내년으로 유예해 예산을 마련하자는 변칙을 동원하고, 제동을 건 기재부는 국정조사를 하겠다며 압박했다. 내부 갑론을박 끝에 이 후보가 전국민 지원을 포기하고 “50조원 공약을 나도 받겠다”며 윤 후보 등에 올라탄 결말은 웃지 못할 코미디였다. 50조라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온 국민이 궁금해 하지만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은 후보는 없다.

현금지원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감세 공약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종부세와 양도세는 완화하고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하자는 데 양측은 흔쾌히 동의했다. 어느 쪽도 세금이 줄어 축나게 될 국고를 어떻게 채울지는 말하지 못한다.

여론조사로 보면 상대 흠집내기와 포퓰리즘 공약은 역효과만 내고 있다. 두 후보의 비호감도는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선거에 임하는 자세에 변화가 없는 이유는 두가지 같다. 하나는 좀처럼 제3의 후보가 뜨지 못하는 뿌리깊은 양당 체제이다. 도긴개긴 후보 둘이 표밭을 양분한 선거에서 수준 높은 승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하나는 양 선대위의 무능이다. 유권자가 공감할 공약이나 정책을 발굴할 역량이 없어 보인다. 참여한 멤버들이 상대에 대한 모질고 경박한 언사로 무능을 덮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두 후보와 정당은 시장에 갔더니 불량품밖에 없어 장보기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난감한 심정을 곱씹기 바란다. 상품을 보완하거나 개선하지 않고 “그래도 우리 상품이 저쪽보다는 낫다”고 우기기만 하는 제조사를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용인할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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