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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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12.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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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며칠 전 메추리농장에서 처음으로 확진된 뒤, 육용 오리농장에 이어 19일 육용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금왕읍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곳으로 우리 농장에서 12킬로 떨어진 곳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일부만 폐사하는 보균 현상이 나타나고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방역 당국은 물론 농민들까지 긴장하고 있다. 올해 가을 들어 전국 가금농장 8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는데 이 중 절반인 4곳이 우리 음성군에서 발생했다니 참 의아스럽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대개 철새들에 의해 많이 전파된다. 음성은 큰 저수지나 강 등 습지도 없어 철새 도래지도 아닌데 매년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주로 조류에 유행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병. ‘조류독감’이라고도 한다. 닭의 질병 중 하나로 기록된 이래, 이탈리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로 보고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감염된 조류의 콧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대변 등에 접촉한 조류들이 다시 감염되는 형태로 전파되는 고약한 병원성이다. 방역 당국은 철새도래지 및 인근 도로 축산차량 통행 차량과 소독으로 가금농장 AI 유입을 막고 있다. 보호구역 시료 채취는 동물위생시험소 등에서 전담하고 가금농장 내 방사 사육금지와 거점소독소 소독 의무 등 11가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가금농장 출입 차량 소독도 U자형 분무에서 고압분무로 단계를 높였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집을 나간 기러기가 지금 개울에서 유유히 자맥질을 하며 노닐고 있다.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가자 함께 있던 야생 청둥오리와 백로들이 일제히 날아올랐으나 다행히 우리 기러기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눈치 채고도 날아가지 않고 물에서 천연스레 유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길든 탓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선 ‘고고 고고고’하고 부르면 금세 다가오던 놈인데 아무리 불러도 냉큼 뭍으로 나오질 않는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물로 들어갈까 싶으나 아직 엄동설한은 아니어도 물은 여간 차지가 않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심 그대로 둬볼까도 생각했다. 시베리아에서 예까지 날아왔다 돌아가는 녀석들인데 농장까지 1킬로 도 안 되는 농장을 못 찾아갈까?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고, 고심 끝에 기러기의 짝꿍인 오리로 유인하기로 하고 농장에 있는 오리를 데려왔다. 덩치가 닭의 5배는 되게 큰 오리를 넣을 상자도 없고 한쪽 다리를 끈으로 묶어 말뚝을 박아 매 놓았다.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오리가 ‘꽥꽥’거리며 소리를 내자 기러기가 벌써부터 반응을 보였다. 물에서 나온 기러기가 오리 곁으로 접근했다. 기러기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다만 ‘쉬이익 쉭’거리는 거친 숨소리로 의사 표시를 한다. 이 소리만 들어도 보통 사람들은 겁에 질릴 것이다. 
오리와 기러기는 얼마나 반가워하던지, 오리는 ‘꽥꽥’거리고 기러기는 ‘쉬이익’거리며 머리를 아래 위롤 끄덕이기도 하고 목을 길게 빼고 휘휘 내젓는다. 거칠고 난폭해 보이기는 하나 그들만의 달콤한 애정표시다. 특히 서로 빙빙 도는 모습은 일품이다. 나는 이 괴이한 애정행각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서 보다도 더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그냥 이대로 야생에 풀어둘까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기는 한창 창궐하는 AI에 노출된 지역이며, 머지않은 거리의 메추리 농장과 육계농장, 오리농장 등 가금농장에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위험천만인 지역이다.
오리보다도 무겁고 사나운 기러기를 제압하여 데려오는 것도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발버둥치며 나부대는 녀석들을 잡아 자루 포대에 간신히 가둬 넣고는 농장으로 메고 가며 진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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