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인 듯, 선물 아닌 듯 그러나 진짜 선물인 아이들
선물인 듯, 선물 아닌 듯 그러나 진짜 선물인 아이들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12.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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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선물처럼 우리 부부에게 온 아이!’흔히 자녀의 소중함에 대해 표현할 때 사용하는 문구다. 선물은 상자나 종이에 포장된 채 예고 없이 온다. 이는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내게 필요한 것일 수도, 예상 밖의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도 그렇다. 결혼해서 살며 기다리다 보면 느닷없이 부부에게로 아이들은 온다. 아들일지 딸일지, 누굴 더 닮은 아이일지, 성격은 어떨지 기대하며 마음을 다해 기다리면 선물처럼 온다. 여기에서 ‘선물’이라는 단어는 부부에게 차지하는 자녀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지 물리적인 선물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가치를 눈에 보이는 선물 상자로 표현한 그림책이 있다. 영국의 아동문학가 퀜틴 블레이크가 쓰고 그린 <내 이름은 자가주/마루벌>란 그림책이다. 
행복하게 사는 부부에게 어느 날, 이상한 소포 꾸러미가 배달된다. ‘내 이름은 자가주예요.’라고 쓰인 쪽지를 목에 건 분홍빛 생물이 들어 있는 상자가 배달된 것이다. 두 사람은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아이를 키운다. 그러나 아이는 새끼 독수리로 변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끔찍한 소리로 울어 대기도 하고, 어느 날은 새끼 코끼리로 변해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멧돼지와 용으로 변해 문제를 일으키며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가주는 이상하고 낯선 털복숭이로 변해 있다. 사춘기가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차라리 코끼리나 멧돼지가 낫겠다며 한탄한다. 
청년이 된 자가주는 어떻게 자랐을까? 친절하며 다정하고 사랑이 많은 청년으로 자랐다. 대신 엄마 아빠가 커다란 갈색 펠리컨으로 변해 부리를 딱딱거리며 아이를 대한다. 부모가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아이를 바라보고, 보듬으며 기다렸듯 아이는 펠리컨으로 변한 부모를 사랑으로 품는다.  
그림책 작가 퀜틴 블레이크는 이 책을 60대 중반에 썼다. 부모가 되어 아이들이 성장하고 부부가 늙어가는 과정을 경쾌하지만 적절한 비유법으로 그려냈다. 그러기에 독자들은 무릎을 치고 웃으며 공감하며 책을 읽어 간다. 젊은 엄마들은 ‘끝이 없을 것 같은 끔찍함이 있는 양육’의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을 한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수능만 끝내도 사랑스런 아이로 변한다고.  
아이들이 수능 끝나길 기다리듯 나 또한 아이들 고3이 끝나길 간절히 기다렸다. 어찌된 일인지 요즘 학창시절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재미 보다는 억압이 더 많은 시기가 됐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이들을 압박하는 대학입학 시험, 성공적으로 잘 끝나게 해 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며 사회가 묵시적으로 안겨주는 무게감이 그리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항상 부모가 ‘같이’아이를 바라보는 것과 부모가 원하는 변신동물이 되길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자라주길 바라는 방향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도대체 정신이 하나도 없어. 뭐든지 하나로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성장 과정 동안 열두 번도 더 변한다. 엄마들이 양육지침서 서핑을 하게 하는 이유다. 
이 책의 끝 문장이 “인생은 정말 굉장하다니까요!”이다. 문장의 부호가 ‘?’에서 시작해서 ‘!’로 바꾸는 부모의 삶이 되면 아이들도 ‘!’가 되는 방향으로 가는데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영화 ‘비라리움’도 함께 보길 권한다. 선물처럼 온 아이지만 사랑을 품은 양육자와 굴레라 여기며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양육자의 차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가벼운 그림책에서 묵직한 주제로 연결하는,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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