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학교 안뜰
멋진 학교 안뜰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12.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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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사계절 자연이 다 아름답고 좋지만 특히 마음이 드는 때는 지금이다. 아주 늦은 가을인 지금 말이다. 가을이 점차 물러나고 겨울로 들어가는 요 시기의 마당이나 뜰은 풍성하고 요란했던 여름 가을 잔치를 다 마치고 수척하다. 고왔던 색도 오간 데 없고 가득 차올랐던 물기도 사라졌지만 무언가 진수 같은 것이 남아 꼿꼿한 뜰. 바닥에 뒹구는 낙엽들, 빈 가지들, 가지 끝의 마른 꽃송이들…. 메마른 저것들 속에 무한한 생명이 숨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초겨울의 마당은 그래서 생각의 뜰이자, 생명의 뜰이다.

지난주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환경부와 독일환경원조협회는 공동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위한 멋진 학교 안뜰'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기후 변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고자 학교 안뜰을 조성하고 이를 다채롭고 지속가능한 학습 및 생활공간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주 환경부장관은 학교와 공동체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를 지원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호수, 동식물의 생태 공간, 학습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녹색도시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10개의 참여 학교가 여러 학교에 적용하게 될 아이디어를 시범 보이고 전파하는 중심 학교로 활동하고 있는데 학교 뜰 재설계를 위해 약 10만 유로 정도가 지원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가 하는 여러 일 중의 하나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학교 안뜰을 뒤엎는 것이다. 사실 포장재로 덮인 곳에서는 강한 폭우가 내리면 물은 땅으로 스미지 못하고 모두 흘러내려 근처 하천이 범람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뒤엎은 학교의 뜰은 물을 땅으로 스며들게 하여 지하수 확보는 물론 범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라 아스팔트를 걷어낸 자리에 심긴 나무는 그늘을 제공함은 물론 곤충 등 작은 동물들의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 환경부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독일환경원조협회장은 기후회복력이 있고, 자연적이며 흥미로운 학교 안뜰은 미세기후를 개선하고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보다 낫게 만든다면서 수업은 야외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아동과 청소년이 교실 문을 열면 다양한 자연환경을 마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쉬는 시간에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안에 조그만 텃밭을 일구어 곤충 친화적인 작은 나무를 심고, 채소를 수확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학교 토양은 물론 미세기후,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그늘이 드리워지는 큰 나무를 심어 가꾸면 학교 안뜰은 생동하는 시원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이야기하였다.

학교 안뜰이 아름답게 변모할 독일의 프로젝트 결과를 떠올리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근무하는 대학의 교정은 늘 자랑하지만 손꼽히게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다. 이 아름다운 캠퍼스의 수목과 풀들 덕분에 계절을 알게 되고 자연이 주는 휴식을 맛보게 된다. 그 수목과 풀들은 우리가 알든 모르든 햇빛을 막아 그늘을 드리우고 강한 바람을 막아내며 땅속의 뿌리로는 흙과 물을 머금는 등 미세기후를 조절한다. 어디 우리뿐인가? 새들의 안식처가 되고 매미의 집이 되며 지렁이가 깃드는 휴식처가 된다. 우리나라 각 학교의 안뜰도 수풀이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멋진 학교 안뜰'프로젝트가 우리의 프로젝트가 되기를 가만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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