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교실
밤의 교실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11.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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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나른한 주말 아침 유난히 눈이 부신 날이다. 오늘은 집안에서 모처럼 여유를 즐기며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겉표지를 보았을 때 동화책 같기도 하고 만화책 같기도 하고 아리송한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우선 따뜻한 느낌의 삽화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오늘처럼 여유로운 주말 오후 따스한 햇볕 아래 가볍게 읽기 너무나도 좋아 보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밤의 교실'이라는 도서의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주인공인 정우는 모호하고 호기심 많은 또래의 아이들과 달리 수학처럼 정확한 해답이 있는 확실한 세계를 좋아했다. 그래서이지 정우의 머릿속에 정답을 알 수 없는 생각들이 이야기 속에서 자꾸 떠오르고 그럴 때면 수학 문제를 풀어 마음을 진정시키곤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런 정우에게 부모님의 이혼은 더욱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정확하고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정우에게는 부모님의 갈등에서 오는 변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였다. 이런 정우에게 시력을 평생 잃어버릴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정우는 과연 이런 커다란 현실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린 정우가 받아들이기에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우의 곁에는 사랑하는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특히 늑대 선생님은 어두워져만 가는 정우의 시력을 의식하듯 어두운 밤의 음악 수업을 제안한다. 이를 수행하며 정우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연습해 본다. 정우는 눈을 감고 아빠 소리, 엄마 소리, 일상의 모든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결국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눈이 아닌 귀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는 연습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기 시작한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존재를 하나씩 깨달으며 마음의 동요에서 벗어나 조금씩 균형을 찾아간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흔들리기도 하고 출렁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겪게 될 일이고 여기에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이야기가 아닌 잃어버림 속의 아름다움을 찾는 따뜻한 여정을 그려낸 이야기인 것 같다.

상실감이라는 마음속 빈 공간을 따스한 온기로 다시금 채워 줄 수 있는 좋은 도서인 것 같아 상실감에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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