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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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1.29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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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지구촌이 또다시 비상이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ο·Omicron)'이 등장했다. 백신 보급의 확대로 인한 치사율 저하, 확진자 수의 감소 등으로 한발 앞으로 다가왔던 일상으로의 복귀, `위드 코로나(With Covid19)'가 오미크론으로 인해 다시 달아날 태세다.

이번에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남아공화국이다. 남아공의 의사협회장인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이달 초 프리토리아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새로운 코로나19 증상을 발견하고 지난 18일 자국 백신자문위에 변이종의 출현 가능성을 보고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세는 매우 가파르다. 외신에 따르면 진원지인 남아공에서 코로나19 확진사 수가 최근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312명에 불과했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일 868명에서 25일 2456명, 26일 2828명, 27일 3220명으로 불과 닷새만에 10배나 급증했다. 남아공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들 확진자의 90% 정도가 새 변이종인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진자로 추정된다.

심각한 것은 세계 어느 국가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체계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오미크론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쓰고 있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법으로는 감염 진단이 불가능하다. 기존 국내 선별검사소에서 사용하는 PCR검사법으로는 감염자를 가려낼 수 없다. PCR검사법이 진단할 수 있는 변이는 알파와 베타, 감마, 델타의 4가지 뿐이다. 새 변이인 오미크론은 확진 판단에 사용하는 유전자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 방식처럼 검사하려면 PCR검사키트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기존 백신이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을 지난 26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우려 변이는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빠르거나 치명률이 심각한 바이러스를 일컫는다. 또 현행 치료법이나 백신이 잘 듣지 않을 가능성일 때도 우려 변이로 지정된다. WHO가 오미크론에 대해 현재 치료법이나 백신이 소용없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의 백신 제조사들이 발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이번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관련, 언론을 통해 기존 백신의 용량을 증가는 고용량 투여, 새 백신의 제조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적응 가능한 백신의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최소 4~6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각국 방역 당국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번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을 두고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부자 나라들의 백신 독점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 이번 오미크론의 진원지인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백신 접종률이 대부분 한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남아공이 24%로 비교적 높을 뿐, 나이지리아는 2억명의 인구 중 단 1.7%, 에티오피아는 1.2%에 불과하다.

세계 보건계가 이번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을 두고 일제히 백신 부국들을 성토하고 나섰다. 부국(富國)들이 백신을 독점하면서 가난한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게 돼 결국 또다시 펜데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지구촌이 1일생활권이 된 현 시점에서 일부 선진국의 백신 독점은 무의미한 `방역'일 수밖에 없다.

지구촌 전 인류가 함께 이겨내야 하는 코로나19와의 사투. 단 1명의 승자만을 뽑는 오징어게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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