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아니어야 하는 말들
그 때가 아니어야 하는 말들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11.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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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때가 지나야만 빛을 발하는 말들이 있다. 우리는 모두 그런 말들을 꼭 필요한 순간에는 귓등으로 듣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아! 하고 깨닫는 과정을 반복한다.

올해 수능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가득 찬 나날들이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내 미래가 무너지는 듯한 절망적인 나날이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온 기특한 학생들에게 단지 인생을 살면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을 하나 지났을 뿐이니 너무 좌절할 필요도 넘치게 확신할 필요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나의 이런 말들이 당사자인 수험생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눈앞에 나온 결과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날이 또렷이 생각난다. 그 날, 전국의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 우리는 학교를 다니는 내내 수능 결과가 삶의 목표인 듯 살았었다.

그래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족쇄처럼 달고 다니던 수능에서 벗어나면 행복할 줄 알았지만 학교 밖에는 한숨이 가득했다. 간간이 울음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아마 그 눈물들 곁에서 누군가는 지금의 내가 지금의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내려앉지 못했다. 그랬기에 귀한 생명이 비극적 뉴스의 대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어떤 순간에 꼭 필요한 말은 그 때가 지나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아이러니하게 세상은 돌아가고 굴러간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어떤 것도 내 삶을 대체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유명한 말처럼 시간은 모든 것을 품고 간다. 아직 나 역시 인생의 중턱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수능과 취업,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뒤늦게 깨달은 진리이다.

그리고 더불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 순간순간마다 누군가는 이미 나에게 전해준 교훈이라는 것이다. 내가 눈앞에 놓인 그 어떤 것들을 스스로 넘느라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을 뿐.

이제 갓 수능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을 지나왔음에도 우리의 수험생들은 몸과 마음이 매우 바쁠 것이다. 내게 주어진 결과에 만족할 것인지, 한 번 더 도전할 것인지, 어느 대학을 지원할 것인지와 같은 중요한 결정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전에 주위를 한 번쯤 돌아보길 바란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당사자만큼, 혹은 당사자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걱정하고 초조해했을 부모님, 항상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어도 누구보다 열과 성의를 다해 지지해 주었을 선생님들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이 하는 말씀이 들릴 것이다. 물론 시절이 다르고 시대가 변했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안에는 진주조개 안 보석처럼 삶의 지혜가 꼭꼭 숨겨져 있다.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먼 미래에 “아! 그 때 그 당연한 말을 귀담아들었어야 했는데!”하는 후회가 조금은 적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지만 결국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모든 수험생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선생님들 너무 고생 많았고, 훌륭하고 자랑스럽다는 말이다. 수능의 주인공들이 이 관문을 현명하고 당차게 통과하고, 그 통과한 힘으로 그들 앞에 펼쳐진 길고 긴 인생길을 씩씩하게 개척해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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