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여론 품을 역량 있나?
정권교체 여론 품을 역량 있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11.28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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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정치개혁뿐 아니라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때입니다. 다시 김종인 박사님께서 역할을 하셔야 할 때가 왔습니다.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당이 정상궤도를 이탈해 개혁이 필요할 때 늘 소방수로 모셔왔던 분입니다. 정권교체와 국가개혁의 대장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쌓아 오셨던 경륜으로 저희들을 잘 지도해주시고 이끌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15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했던 찬사다. 그러나 그의 이날 사랑 고백은 무위에 그쳤다. 구국의 지도자(?)는 끝내 그의 러브콜을 외면했고, 윤 후보 선대위는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 둔 채 출발했다.

20일 가까이 공을 들이고도 김 전 위원장 영입에 실패한 윤 후보는 정치역량을 검증받을 첫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고 말았다. 김병준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선대위에 포진한 인사들 대부분도 참신성과는 거리가 멀어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2030과 중도에 어필할 변화가 이뤄질지 의심스럽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자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성태 전 의원이 직능총괄본부장에 기용됐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물러난 촌극에서는 윤 후보와 당의 안일한 현실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민의힘에서 윤 후보가 헛심을 쓰는 동안 민주당은 빠른 속도로 대오를 재정비했다. 당은 이재명 후보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대표를 제외한 핵심 당직자들과 선대위에 포진했던 중진들이 일괄 사퇴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이 당 사무총장과 전략기획위원장에 기용되는 등 친정체제 구축이 본격화됐다. 이 후보는 “새로운 민주당의 출발”이라며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가 그제 원내대표와 자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소집해 자신이 지지해온 민생·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한 대목에서 민주당의 일사불란이 읽혀진다.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와 정당 지지율은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여론은 큰 변동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야당이 고지를 선점하고 여당은 국면 전환을 꾀해야 하는 기울어진 판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우세한 정권교체 여론이라도 한가지 조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실로 이어질 수 없다.

현 정권을 대체할 만한 정치세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 정권의 출범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에게 최소한 현 정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정당이 있어야 정권교체 여론이 투표장까지 도달할 수 있다.

후보 확정 후 10%포인트 안팎의 우세를 보였던 윤 후보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두 주 만에 크게 빠지는 모양새다. 컨벤션 효과라는 거품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적지않은 중도 무당층 유권자들이 수권 후보 및 정당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믿음을 바로 거둬들인 결과로 봐야 한다. 특히 이번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노출된 오만과 불협화음, 미숙 등이 실망과 불신을 심화시켰을 것이다.

지난 5일 후보로 결정된 후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지율서 앞서는 제1야당과 후보가 당 밖의 80대 인사를 구세주 모시듯 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에서 수권 역량은 보이지 않았다. 그 기간에 선거판을 울릴 만한 공약이나 비전도 내놓지 못했다. 자리다툼에 피 같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질타가 안팎에서 쏟아졌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신선했던 당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며 “이재명이 무섭다”고 한탄했지만, 진짜 무서운 존재는 인내심이 고갈돼가는 지지층이다. 선거까지 딱 100일 남았다. 승자는 중도의 탄식에 귀 기울이고 호응하는 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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