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친절도는 몇 점입니까?
귀하의 친절도는 몇 점입니까?
  • 최기봉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21.11.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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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봉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최기봉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얼마 전 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브레이크오일과 엔진오일 모두 깔끔하게 수리 완료하였습니다. 사실 충북이 친절만족도 점수가 낮게 나와서 최근에 지점장님이 교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본사에서 연락이 가면 친절만족도 설문조사에 꼭 응해주시고 최고점인 10점으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비스로 질 좋은 워셔액도 한 통 충전해드렸습니다.”

사실 이번에 받은 질 좋은 워셔액 서비스는 나에게 친절만족도 최고점이 아니었다. 몇 달 전 같은 서비스센터에서 엔진오일만 갈았을 때는 워셔액과 더불어 차량 탈취서비스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본사에서 걸려온 전화에 필자는 친절만족도 10점을 주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받은 서비스에 대한 친절만족도는 몇 점이 적당할까? 원래 브레이크오일과 엔진오일만 교체하기로 했고 정상적으로 교체되었기에 10점일까? 이번에는 탈취서비스를 받지 못했기에 10점은 아닌가? 사장님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워 10점일까?

필자는 의문이 생겼다. 감히 누가, 친절의 정도를 점수로 평가하고 이익과 불이익을 줄 수 있을까. 친절을 평가하는 당신은 피평가자의 입장에서 친절을 베푼 경험이 있는 사람인가. 피평가자의 고충을 모른다면 당신은 친절을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귀하의 친절도는 몇 점입니까? 언제부터 우리는, 귀하에게 친절점수를 구걸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까?

요즘 공무원 사회에서는 청렴과 친절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여기에 꼭 붙는 말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말이다. 필자는 과거 시대가 어땠는지 모르고, 모르고 싶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행정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기대치에 걸맞게 친절점수를 높일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친절한 목소리와 구걸이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원하는 대로 처리해 주는 것이라는 모순이 있다.

필자도 굳이 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친절만족도를 평가한다면 사장님의 간곡한 부탁과 친절한 말투가 아닌 내가 받은 워셔액과 탈취서비스가 우선이 될 것 같다. 필자는 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친절만족도를 감히 평가하여 지점장 교체에 기여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생각하는 공무원은, 자의든 타의든, 마음에 드는 시민들에게만 특별한 서비스로 워셔액과 차량용 탈취서비스를 제공하면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 또한, 엔진오일과 브레이크오일을 교체하고자 신청하는 경우에도 차량과 맞지 않아 수년 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차량을 보완해 오든가 교체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당장의 면피로 친절점수가 올라가면 좋은 일인가?

지금처럼 평가하는 친절점수가 높다는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행위에 대한 허가를 내는 부서, 무언가를 단속해야만 하는 부서의 친절도를 감히 누가 평가하고 폄하한다는 말인가? 친절의 정도를 신의 입장에서 점수로 평가하고 이를 척도로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악성민원보다 더 나쁜 짓이고 근무자의 자존감을 꺾는 일이다. 친절을 평가하는 귀하의 친절도는 몇 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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