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는 오지 않는다?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 진성희 청주시 공원조성과 주무관
  • 승인 2021.11.2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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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진성희 청주시 공원조성과 주무관
진성희 청주시 공원조성과 주무관

 

전례 없는 전염병이 모두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작년 어느 날 TV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던 강사는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가 마지막 인류'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던졌다. 그는 이런 무서운 말들이 생태적 붕괴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주요한 화두가 된 담론들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시대의 미덕이라고 여겨졌던 끝없는 개발과 성장 그리고 소비지향적인 삶의 태도에 코로나19 앞에서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의문을 던지게 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과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나 어떤 숙주를 통해 어떻게 진화해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이 일시적인 전염병의 유행이라고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코로나19를 겪고서야 실감이 났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서야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난 것이다.

그동안은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회용품을 쓰고 플라스틱을 소비하면서 분리수거만 잘하면 모두 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수많은 경고도 외면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일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기에는 무서운 현실이 코앞까지 닥쳐온 듯해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로 웨이스트',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도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제일 먼저 시도해 본 일은 샴푸, 트리트먼트, 주방 세제를 모두 고체비누로 바꾸는 것이었다. 또 사서 마시던 생수 대신에 보리 차를 끓여서 먹기 시작하고 커피를 마실 때에도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를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귀찮고 번거롭다고 생각한 일도 조금 적응이 되고 나니 익숙해져서 사소하지만 아직도 잘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몇 가지를 실천한다고 배출량을 눈에 보이게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되도록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를 지향하고 싶지만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생활에도 여전히 너무 많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일회용 쓰레기들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한 플라스틱 페트병도 재활용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비닐이나 라벨지를 깨끗하게 제거해서 버리고 싶지만 그마저도 잘 뜯어지지 않아 낑낑대다 화를 내기 일쑤이다. 그럴 때면 `개인이 노력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이런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노력을 하긴 하는 걸까'하는 회의가 불쑥 든다.

하지만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통조림 햄, 빨대를 없앤 요구르트와 멸균 우유가 나오고 용기의 플라스틱 용량을 반으로 줄인 화장품도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의 노력과 요구에 이제 기업도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비관하면서 아무도 하지 않기보다는 되도록 오래 사용하고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려고 열심히 애쓰는 게 낫지 않을까.

이미 많은 연구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렇게 작은 노력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지금껏 늘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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