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아시나요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아시나요
  •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 승인 2021.11.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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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순국선열의 날'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乙巳約=한일협상조약, 제2차한일협약)'이 체결된 날을 순국선열의 날로 지키고 있다. 1939년 11월 2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11월 17일을 망국일로 보고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하였다. 이후 8·15광복 전까지 임시정부 주관으로 행사를 거행했고, 1946년부터는 민간단체와 국가보훈처에서 현충일 추념식에 포함해 거행하였다. 정부의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1997년 5월 9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규정'을 개정하면서 1997년 11월 17일부터 정부주관행사로 거행하고 있다.

을사늑약의 체결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일제는 1904년 러일전쟁을 도발하였고, 1904년 2월 23일 한일의정서를, 이어서 8월 22일에는 제1차한일협약을, 그리고 계속하여 미국과 태프트·가쓰라밀약을 체결하고 영국과 제2차영일동맹을 체결하였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다는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1905년 11월 9일 서울에 도착한 이토는 다음날 고종황제에게 “짐이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사를 특파하오니 대사의 지휘를 따라 조처하소서.”라는 협박성 내용의 일본왕 편지를 제시하며 위협을 가하였다. 이어서 15일에 고종황제에게 재차 한일협약안을 제시하였으나 조정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었다. 드디어 11월 17일 이날 궁궐 주위 및 서울시내의 곳곳에 무장한 일본군이 시내를 시위하였고, 본회의장인 궁궐 안에까지 무장한 헌병과 경찰이 협박을 하고 있었다. 이토가 주한일군사령관 하세가와와 함께 세 번이나 고종을 찾아가 겁박하였다. 결국 고종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다시 열린 궁중의 어전회의에 이토는 대신 각각에 대하여 조약체결에 관한 찬반여부를 물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신 가운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 있다. 바로 박제순·이지용·이근택·이완용·권중현의 5명이 조약체결에 찬성한 대신들이다. 이를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한다. 회의에 참석한 대신들 가운데 한규설과 민영기는 조약체결에 적극 반대하였다.

이날 밤 이토는 조약체결에 찬성하는 대신들과 다시 회의를 열고 자필로 수정을 가한 뒤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제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에 따라 외교권은 박탈당하고 외국에 있던 한국외교기관이 전부 폐지되고 각국의 공사관은 철수하여 본국으로 돌아갔다.

다음해 2월에는 서울에 통감부가 설치되고, 조약체결의 원흉인 이토가 초대통감으로 취임했다. 통감부는 외교뿐만 아니라 내정 면에서까지도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5천년 역사가 끊어지고 실질적인 망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민족의 저항은 거셌다. 장지연이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논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발표하였고, 국민이 일제히 궐기하여 조약의 무효화를 주장하고 을사5적을 규탄하며 조약 반대투쟁에 나섰다. 민영환을 비롯하여 특진관 조병세, 법부주사 송병찬, 전 참정 홍만식, 참찬 이상설, 주영공사 이한응, 학부주사 이상철 등의 뜻있는 인사들이 죽음으로써 조국의 수호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민초도 들고 일어났다. 충청도에서는 전 참판 민종식, 전라도에서는 전 참찬 최익현, 경상도에서는 신돌석, 강원도에서는 유인석 등이 각각 의병을 일으켰던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계승하고 21세기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길을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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