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청주고인쇄博 명칭 변경
미호천·청주고인쇄博 명칭 변경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11.22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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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도와 청주시가 최근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는 미호천을 `강'으로 이름을 바꾸는 일을 추진 중이고, 청주시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명칭을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우선 충북도는 미호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오는 28일까지 청주시와 진천군, 음성군 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중이다. 3개 시군은 미호천 물길이 지나는 도내 자치단체로 `물'이야말로 지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는 미호천의 명칭 변경 이유로 다른 지역의 강(江)보다 유역면적이 더 큰데도 천(川)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 권역 대표성과 미래 발전성을 고려해 하천보다 더 큰 개념인 `강(江)'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2030년까지 6500억 원을 투입해 물이 살아있는 미호천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한 충북도로서는 하천 명칭을 강으로 변경하는 것이 격에 맞다고 생각하는듯하다. 입말로도 `천'보다는 `강'이 주는 어감이 훨씬 부드럽다 보니 명칭변경에 반감은 없어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강의 명칭을 `미호강'외에도 `동진강'이 거론되고 있어 적합성을 따져봐야 할 듯싶다. 동진강의 경우 동진(東津)은 옛 연기현(세종시)에서 청주목으로 오던 동쪽 나루라는 뜻으로 청주 고유의 정감있는 땅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지명은 귀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진강'에 대한 전문가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지명은 보수적이라 즉흥적인 운동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수 의견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명과는 다르지만, 청주시는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대한 명칭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금속활자본 직지의 고장임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청주에 직지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어딘가 궁색해 보이긴 하다. 이런 이유로 박물관의 명칭 변경이 꾸준히 제기된 원인이기도 하다. 청주시는 명칭 변경에 따른 사전 작업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명칭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청주직지박물관을 가장 선호했고, 뒤이어 현재의 청주고인쇄박물관이란 응답이 많아 박물관 명칭변경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직지를 포함하는 현재의 박물관 명칭이 더 합리적이라는 고수파도 있고, 미래 관점으로 볼 때 현재의 명칭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변경을 주장하는 개명파도 있다.

실제 지난 17일 시민공청회가 열린 전문가 토론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였다. 명칭변경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직지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직지를 특화한 직지박물관 명칭 사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직지의 가치를 창출하려면 특화된 직지로 콘텐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직지가 오로지 청주만의 역량으로 만든 금속활자라는 상징성을 살려 지역의 첨단기업과 시대적 미래 가치를 담은 명칭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시대가 앞선 인쇄물이 발견되면 직지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고 직지박물관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이외에도 직지라는 이름을 쓴 다른 책과의 변별도 어렵다는 점, 자칫 종교적 시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처럼 명칭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명칭변경에 앞서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취합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도록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일이다. 지역의 역사를 담보할 수 있도록 명칭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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