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경찰서장으로 끝날 일인가
이게 경찰서장으로 끝날 일인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1.22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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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국민 정서를 이렇게도 모르나. 대응을 하는 족족 뒷북이고 무책임하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및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한심한 대처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1일 출입기자단에 알림문을 보내고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인천 남동구 논현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이 발생한 지 꼬박 6일만이다.

김 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인데 그렇게 하지 못해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금일 오후 5시 인천 논현경찰서장을 직위해제 조치하고 대기 발령 중인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 철저한 조사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22일에도 258명의 경찰서장이 참석한 지휘부 긴급 대책 화상회의를 열고 또다시 같은 내용으로 사과했다. 때늦은 두 차례의 사과와 사후약방문.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 정서에는 한참 모자라기만한 대처였다.

인천 살인미수사건은 지난 15일 발생했다.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 3층에 사는 주민들이 윗층 40대 남성과 소음으로 갈등을 빚다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상황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중 중상자 1명은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2명은 범행을 목격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거나 현장에서 도망치듯 이탈해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대처는 태평하기만 했다. 사건 발생 이후 논현경찰서는 며칠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여론이 들끓자 닷새가 지난 19일이 되어서야 해당 경찰관 2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나섰다.

상급기관인 인천경찰청 역시 나흘째인 18일이 되어서야 송민헌 청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송 청장은 인천경찰청 홈페이지에 “사건과 관련해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대응에 대해 피해자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 해당 직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쾌유와 함께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이나 지방청장이나 대국민 사과문이 판박이다. 부하 직원이 잘못했으니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을 하고 감찰 조사를 통해 엄벌하겠다는 게 전부다. 자신들이 지휘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번 두 사건은 몇몇 일선 출동 경찰들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란 거대 조직의 시스템의 오류이자 붕괴로 밖에 볼 수 없는 `참사'다. 무기 소지와 위급시 사용 등의 기본 매뉴얼 작동은커녕 무용지물인 긴급 구조 요청 신호기가 버젓이 신변보호 요청자에게 지급됐다.

두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해 사전에 징후가 감지됐던 사건들이다. 하지만 경찰은 그럼에도 불구 현장에 출동하고도 정작 사고가 예견되는 현장을 이탈해 정황을 수집하거나 현장에서 도망쳤다. 또 신변보호를 요청한 피해자 역시 엉터리 `스마트 워치'만 믿고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

오지 않는 경찰을 애타게 기다리다 한발 앞서 살해당한 여성 스토킹 피해자, 경찰이 왔다며 안심하고 집안에 있다가 경찰관이 보는 옆에서 흉기로 참변을 당한 주부. 경찰은 왜 존재하는가.

이제 이쯤이면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경찰. 그렇다면 이건 경찰청장이 물러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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