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타임
스크린 타임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11.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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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시간(스크린 타임)을 계산해서 주간 리포트를 제공한다.

리포트의 내용은 지난 주간 스크린 타임의 요일별 평균 시간, 엔터테인먼트, 소셜미디어, 생산성 및 금융, 건강 및 피트니스 등 목적별 사용 시간, 최다 사용한 앱과 그 앱에 사용한 시간, 지난주 대비 변화된 시간, 꺼져 있던 화면을 깨운 횟수 등을 알려준다. 오늘 스크린 타임은 2시간 10분이었는데 주로 엔터테인먼트에 48분, 소셜미디어에 40분, 건강 및 피트니스에 8분 사용했다. 심지어 화면은 58번이나 깨웠는데 화면을 깨우면 여지없이 소셜미디어를 확인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회의 어플을 실행해서 수업을 하기도 하고, 그룹 통화를 통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많아지다 보니 주간 스크린 타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특히 오십견으로 잠을 설치는 밤이 잦아지는 요즘엔 유튜브를 자주 보다 보니 스크린 타임이 더 길어지고 있다. 스크린 타임이 길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아무 목적 없이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꺼내 보고 있을 때가 종종 있어 조금씩 염려가 된다. 사실 휴대전화 화면만 본다면야 걱정이 덜하겠지만, TV, 컴퓨터 모니터, 태블릿 등등 자연이나 사물을 직접 보는 것보다 전자기기의 스크린을 보는 경우가 많아져 더 걱정이기는 하다.

이런 걱정이 나만의 기우는 아닌가 보다. 캐나다 퀘벡 주 청소년보건부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의 모니터 사용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적용하고,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에서의 개인 휴대전화 사용까지 규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규제를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것에는 소극적인데, 중고등학생의 경우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함께 찾아 실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모니터 사용 규제에 대한 지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논의됐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상호작용이 확대되면서 사용 규제를 잠시 보류한 것이었다. 퀘벡 주에서는 모니터 과다 사용에 대한 위험성을 이미 2020년 2월에 언급하였는데, 올 가을학기부터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부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실행에 들어가고자 계획하고 있다.

퀘벡 주가 제시한 구체적인 위험으로는 시력 저하 문제와 수면, 체중, 언어 능력의 문제 등이 있으며 중독과 불안, 자존감 저하의 문제도 언급되었다고 한다. 또한, 모니터 사용이 뇌 기능을 변형시켜 도파민을 생성시키고 과도하게 자극하여 쉽게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사실 위의 위험성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니터 사용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에 발표된 것으로 교사들은 교육공학의 기술들을 더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 사용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자원을 요구하였다.

규칙이 없다는 것은 한도 없이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나의 휴대전화 사용에도 규칙이 없다. 그러니 맘껏 하고 싶은 대로 쓴다. 스크린 타임 주간 리포트를 받아볼 때마다 내가 이렇게 무분별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가 싶었는데, 이제부터라도 규칙을 만들어가야겠다.

청소년들에게 경고한 모니터 과다 사용의 위험인 중독과 불안, 뇌 기능 변형 등도 두렵지만, 사람이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예속된다는 것이 더 두렵다. 우리는 작은 휴대전화에도 예속되는 약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그걸 알고 규칙을 정하여 이겨보려 노력한다. 거기에 우리 사람의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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