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새 정이 좋아요
역시 새 정이 좋아요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1.11.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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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애마를 갈아탔다. 성격이 맺고 끊는데 서툴기도 하지만 지나는 동안 쌓인 정 때문에 쉽사리 갈아탈 생각은 하지 못했다. 더욱이 수소차네 전기차네, 전자동 무인 자동차가 나온다는 소문까지 들으면서 나는 더 욕심내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기도 했다.

내겐 13년을 동고동락한 내 애마가 제격이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운전대를 잡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가 손을 놓을 때까지 내 애마가 잘 지탱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한데, 내 애마는 지난해부터 부쩍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비공장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체크 등에 불이 켜지곤 했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냐고 정비사에게 하소연했더니 10살이 지나면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면서 사람이 늙으면 병이 생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고쳐가며 타야지 별수 없다고 한다. 내 손발이 되어 준 고마움을 져버릴 수 없어 자잘한 수리는 물론, 거금을 들여 엔진 볼링까지 하면서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보살피듯 위로하듯 돌아보니 13년을 함께 한 내 애마. 한데 또 또 체크 등에 불이 켜져 정비소에 다녀온 후 딸아이에게 통사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엄마는 늙어서 운동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인데 차가 말썽이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걱정의 씨는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며 일사천리로 진행된 차 바꾸기.

한 몸처럼 익숙했던 애마에 대한 정을 떼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아직은 탈만 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고, 이별하는 날은 저절로 눈물이 찔끔거려졌다. 그래선지 처음 새 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보는 마음은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듯 서먹하고 어색하기까지 했다. 쉽게 정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 차로 갈아타는 것, 묘한 즐거움으로 마음이 두근거린다. 시동부터 차이가 난다. 지난 차는 키를 꽂고 돌려야 시동이 걸리는데 이제는 검지로 터치 한 번에 부르릉, 하고 잽싸게 반응한다. 그런가 하면 오늘은 대기 질이 좋은 날 이이에요, 하면서 조심히 운전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쏘나타, 같은 기종인데 13년이란 기간 사이 많은 발전이 있었음이 놀랍다. 소의 잔등에 손을 얹은 할미처럼 언제나 무언의 대화에 익숙해 있던 지난 친구와는 많이 다르다. 전의 친구가 노파였다면 새 친구는 새댁 같다.

중앙선을 조금만 스쳐도,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삐삐 삐삐, 귀여운 잔소리를 그치지 않는다. 그러다가 도로의 작은 요철을 만나면 `아이구, 허리야!'하는 내 신음소리를 대신하듯 삐삑거리고 운전대마저 바르게 고쳐준다.

또 사거리 정지선에 닿으면 서둘러 시동을 꺼주는 알뜰함까지 장착한 내 친구. 서리가 처음 내린 날은 `공기압이 낮아요'노란 메모까지 띄워 일깨워 준다. 도덕성과 알뜰함과 세심함에 예민한 감성까지 장착한 내 새 친구.

오늘은 비가 내린다. 시동을 켜자 윈도어 브러쉬가 제 마음대로 작동하면서 시야를 넓혀준다. 속도를 낼 때도 털털거리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가라앉는 느낌? 오우, 고마워, 실내온도마저 스스로 알아서 쾌적하게 해주는, 한마디로 입에 혀 같다. 이젠 무인 자동차로 가는 길 외엔 더 발전할 것이 없어 보인다. 너무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혼자 비실비실 웃곤 한다. 갈아타기 잘했다. 조심스레 새 친구를 느끼며 탐험하는 시간들이 즐거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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