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닫으며
문을 열고 닫으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11.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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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사람들은 크게 세 종류의 문(門)을 여닫고 삽니다.

손이나 기기로 열고 닫는 조형물의 문과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여는 통로의 문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마음속 문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인생살이와 세상살이에서 뗄 라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집과 일터와 공공시설 등에 설치된 문과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문을 열고 닫으며 살고, 삶에서 마주하는 관문(關門)과 등용문(登龍門) 등의 문을 열고 오르기 위해 애쓰고 살며,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마음의 문을 다독이며 삽니다.

하여 문 때문에 웃고 문 때문에 우는 인생사입니다.

미닫이든, 여닫이든, 올리고 내리는 문이든, 기계식 회전문이든, 센서로 작동하는 자동문이든 문은 개폐의 편리성과 방풍과 냉난방과 보안성이 좋아야 합니다.

문의 형태와 성능이 변모하고 진화하는 이유입니다.

개선문과 독립문과 홍살문처럼 독립적인 구조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은 담과 벽 등의 경계요소에 문틀을 만들고 문짝을 다는 건축물의 일부분입니다.

`문과 창을 뚫어 만들어야만 방으로서 유용하다'는 노자(老子)의 말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문은 개방성과 폐쇄성 그리고 안전성과 불안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자물쇠와 비밀번호로 시건장치를 하기도 하고 문지기(경비)를 두기도 합니다.

마음의 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이 닫히거나 오작동 되면 하늘의 별도 따줄 것처럼 했던 사람과도 척을 지고 마음의 문이 열리거나 순기능을 하면 원수도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복과 성공이 담보되어 있는 문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천국문(天國門)과 지옥문(地獄門)이 그러하듯이 소망하는 문은 바늘구멍같이 좁고 회피하고 싶은 문은 바다처럼 넓습니다.

마태복음 7장 13절에서 14절에 나오는 성경 말씀이 명징합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널찍하여서,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라고.

또 마태복음 7장 7절에서 8절엔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라고.

이처럼 각고의 노력과 간절한 기도와 쉼 없는 두드림이 있어야 비로소 열리는 문이 좁은 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문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각별했습니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대문을 통하여 들어오고 나간다고 여겼거든요.

관혼상제 때 중요한 의식과 세시풍습이 문과 관련되어 있고 실생활에서 문을 빗댄 언어와 문구가 많음이 이를 웅변합니다.

입춘 때 대문에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 그러하고, 대성황을 뜻하는 `문전성시(門前盛市)'와 도둑 없는 태평성대를 뜻하는 `문불야관(門不夜關)'이 그러하며, 가문(家門) 동문(同門) 명문(名門) 등이 그렇습니다.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일세'라는 상여노래(輓歌) 역시 문에서 출발합니다.

진입장벽이 높음을 빗대어 문턱이 높다 하고, 외부와 교류하기 위한 통로나 수단을 비유적으로 문호(門戶)라 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보 제1호가 남대문이라 부르는 숭례문(崇禮門)이고, 보물 제1호 역시 동대문이라 부르는 흥인지문(興仁之門)입니다.

남자 바지 지퍼가 열려 있을 때 `남대문이 열렸네요'라고 넌지시 주의를 주는 것까지.

과히 문 숭상 국가요 문 중시 민족이라 할 만합니다.

각설하고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문은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의 소문입니다.

코로나사태의 장기화와 차선이 아닌 차악의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대선정국이 민초들을 몹시 힘들게 하고 짜증 나게 합니다.

곳간문과 등용문이 허술한 탓입니다.

소문(笑門)을 열어젖힐 때입니다. 집집마다 마음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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