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 위기 대학이 나서야 할 때다
지역예술 위기 대학이 나서야 할 때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11.0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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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문화예술생태계란 말이 흔해진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열악한 문화예술계가 더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문화예술생태계 복원이란 말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자주 사용되고 불린다는 것은 문화예술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계단을 밟고 오르듯 차근차근 이어져야 할 연결고리들이 끊어지거나 훼손되면서 문화예술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충북의 문화예술생태계는 타 지자체보다 훨씬 어렵고 심각하다. 고령화 비중이 높은 예술인들, 젊은 예술인들 타 지자체 이주, 문화예술지원금 미미,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예술환경 등등 충북의 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반면 예술인 고용기관으로만 본다면 충북도립교향악단, 4개 청주시립예술단,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영동군립난계국악단, 청주시립미술관 외 3개 분관 등이 포진돼 생태계의 기반이나 고리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충북의 문화예술생태계는 단절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 예술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전문교육기관이 점차 사라지면서 지역예술의 현주소는 짙은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다.

초·중·고교에서의 예술교육은 이미 변방으로 밀려났고 그나마 전문 예술인을 배출할 수 있는 지방대학들은 취업 평가에 밀려 예술학과를 통폐합한 지 오래다. 더구나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융합이란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은 학과들은 한 분야의 예술전문교육보다는 활용성에 중심을 두면서 지역예술의 한계를 가져오는 것이다.

실제 충북지역의 4년제 대학에 있는 예술학과만 보면 충북대에 조형예술학과(옛 미술과)와 디자인학과가 있고 국립한국교통대 인문사회대학의 음악학과, 청주대 예술대학의 디자인조형학부와 연극영화학부가 전부다. 이마저도 입학 정원을 따져보면 학과의 존재감은 뚝 떨어진다. 언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투명한 미래가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열정을 불태우도록 돕는 교육환경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돈이 안되고 대학 평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이 예술을 외면하면서 지역예술은 축소되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교육정책의 대안 부재와 공공적 가치에 중점을 둔 미래교육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부족한 측면도 크다.

또한 시대의 흐름이 실용으로 치우치면서 예술마저 학원에 의존하는 기류도 간과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다. 연예인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실용을 표방한 예술 관련 전문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학원이 예술교육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까지 고려한다면 대학의 예술학과 개설이 모든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인을 양성해야 할 중요한 교육기관이 축소된 채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지역예술의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

전문교육이 없는 환경에선 문화예술생태계 복원을 아무리 외쳐도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순수예술기반이 튼튼하게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역예술의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대학에서 예술학과 개설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대학 내 무용학과나 연극학과, 음악학과의 개설이 거론되고 있고 긍정적인 검토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충청권 거점대학 충북대가 공공 교육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은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의 인재를 배출하는 일이다. 대학에서도 지역예술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반드시 결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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