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스트와 아마추어
포퓰리스트와 아마추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11.07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차기 대통령을 뽑을 본선이 막을 올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치열한 경선 끝에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확정했다. 정의당(심상정)과 국민의당(안철수), 신생정당인 새로운물결(김동연)에서도 후보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철벽을 친 양강 구도 앞에서 제 3지대 후보들은 조역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두 후보가 향후 선거판을 주도하고 언론의 조명을 독식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력 주자들이 속속 링에 오르며 판은 달아오르고 있지만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유권자들이 적지않다. “뽑을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낙선이 뻔한 제3의 후보를 선택하기도 그렇고...”. 주변에서 자주 듣는 푸념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당사자들의 자기평가는 영 딴 판이다. 얼마 전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야당 경선 후보들의 TV토론을 놓고 “너무 웃겨서 우울할 때 본다”고 촌평했다. 윤석열과 홍준표 중 누가 더 쉬운 상대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두 명 다 진짜 아마추어 같다. 기본 함량이 좀 의문”이라고 했다. 자신은 함량 높은 프로라는 얘기로 들렸다. `398후보', `꿔준표', `빈깡통' 등 인신공격이 난무한 당시 국민의힘 토론이 품격을 잃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이 임명한 측근이 바로 코 앞에서 부동산 투기꾼들과 작당해 수천억원대 협잡질을 벌였는 데도 낌새조차 채지 못했다는 이재명 후보가 프로를 자처한 것도 웃기는 코미디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욕설 통화와 한 여배우와의 지리한 줄다리기는 그에게 남의 함량과 수준을 얘기할 자격은 있는지 의문을 갖게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의 싸움이자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상식·합리주의자라는 자평도 공허하게 들린다. 그는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했다가 이틀만에 사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전두환은 쿠데타와 광주 학살을 빼고는 논할 수 없는 인물이다. 빼서는 안될 것를 빼고 말하겠다는 것은 비상식에 다름 아니다.

부정식품 발언도 그렇다.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싸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에선 그런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사자들의 숙명처럼 단정하고 그들을 타자화 해버린 냉정한 품성이 엿보인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경륜하겠다고 나선 합리주의자라면 당연히 이렇게 말해야 한다. “돈이 없어 불량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빈곤층만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상대의 평가대로라면 한 쪽은 함량 미달의 아마추어이고, 한 쪽은 몰상식한 포퓰리스트이다. 불행하게도 아마추어 아니면 포퓰리스트가 4개월 후 대한민국을 주도할 대권을 잡을 공산이 높다. 따라서 두 후보는 앞으로 상대의 모욕적 평가를 불식하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프로다운 면모를 닦고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쳐라. 같잖은 말재간이 아니라 실력으로 경쟁하라는 얘기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직면한 절박한 과제는 저출산 극복 , 공정의 실현, 양극화 해소라고 본다. 그러나 후보들의 말싸움만 신물나게 접했을 뿐 눈길을 줄만한 해법은 아직 만나지 못한 유권자들은 답답하다.

두 후보가 유권자들의 실망과 고민을 초래한 책임을 지려면 대장동과 고발사주 등 상대의 허물만 들춰내는 마타도어식 공방전부터 끝내는 것이 우선이다. 더 이상 약발도 먹히지 않는 난투극을 멈추고 자칭 프로답고 합리주의자답게 유권자가 공감할 의제를 내고 정책을 발굴하는 데 오로지해야 한다. 정책의 경쟁장을 승부처로 삼는 후보가 결정을 유보하고 고심하고 있는 중도를 안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