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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2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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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연수에 앞서 바른 인성교육을...…
노 재 전<형석중학교 교장>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인천공항에는 어학연수, 조기유학 행렬이 이어진다는 보도에 얼마 전 귀국했던 뉴질랜드에 이민가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오는 학생의 현지 가디언(Guardian, 후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글로벌 사회를 맞이해 기성세대와는 달리 넓은 세계를 가슴에 품고 영어 습득에 대한 기대를 걸고 찾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부 학생들의 기본생활 습관이 잘못돼 현지 외국인 또래나 홈스테이 부모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것은 현지 교민으로서 매우 당혹스럽고 얼굴이 붉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학교와 학원가는 일에 충실하면 부모들이 대신 해주던 생활습관 탓에 외국인 홈스테이 가정에서도 침실에 옷을 아무데나 벗어 던지고 세탁물을 정해진 곳에 놓지 않고 방청소는 물론 화장실, 샤워실을 깨끗이 사용하지 못하거나 세면기 주변에 머리카락 투성이를 해 다음 사람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 홈스테이 주인에게 주의를 듣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의를 들으면 국제전화로 부모에게 '홈스테이 주인이 청소시키고 사사건건 간섭한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의 일방적인 전화 내용를 듣고 심기가 불편한 위탁부모들이 전화로 가디언에게 아이의 어학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보냈더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항의할 때면 '고국을 떠난 지 몇 십년만에 한국 자녀교육관이 이렇게 변했나' 싶어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도 강조하는 것이 기본생활 습관의 정착으로 잘못될 때는 반복지도를 함으로써 성적보다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체질화된 매너교육이었다. 어떤 규범에 어긋나 바르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것을 학생들이 큰 수치로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규범에 따라 정칙대로 생활하는 습관이 체질화된 이들이 성인돼서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미래사회의 글로벌인재로 육성시키기 위해 영어 습득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일은 세계시민으로서 예의범절을 올바로 가르쳐 세계 속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세계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고 도덕적 진실성이 넘치는 한국인을 키우기 위해 우리 모두는 영어 습득에 앞서 지식과 인격을 겸비한 자녀교육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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