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까대기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11.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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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딩동! 현관 벨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던져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급하게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택배가 왔다. 코로나 이전에도 인터넷 쇼핑을 사용하고 택배로 물건을 받는 것이 익숙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택배를 통해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더욱 자연스러워졌고, 그와 더불어 택배 시장은 더욱 커졌다. 택배 시장은 더 저렴하게, 더욱 빠르게 배송을 약속한다.

오늘 만난 책 `까대기'(이종철 만화, 보리)는 택배 상자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택배는 사람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 뒤에는 고된 노동이 숨어 있었다. `까대기'라는 직업은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로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기록되어 있으나, 택배 회사에서는 물건 상하차 작업을 까대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책표지는 창고에 잔뜩 쌓여진 택배 위에 까대기를 하다 잠시 쉬는 주인공이 무표정으로 앉아 있다. 노란 박스테이프를 찢어 그 위에 제목을 올려둔 표지가 인상적이다.

까대기의 주인공 이바다씨는 만화가를 꿈꾸며 낮에는 만화를 그리고 야간에 까대기 알바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까대기 알바는 시급이 높지만 너무 힘들어 지옥의 알바라 불린다. 주인공이 꿈을 쫓으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내 호흡이 가빠지며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는 택배 상자 밖의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준다. 나에게는 `설레임의 상자'인 택배 상자가 그들에게는 `견뎌내야 하는 짐'일 수밖에 없고, 로켓배송으로 우리 집 앞으로 택배가 도착하기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택배시장 노동 환경의 열악함, 특수고용직으로 살아가는 택배기사의 팍팍한 삶 그리고 택배 공룡을 만드는 사회구조의 불합리함이 만화 형식으로 자세히 그려진다. 그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지켜주며 묵묵히 일하고, 일이 끝난 후 한잔 술에 피로를 씻어내는 우리 이웃의 따뜻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들은 언제 헤어질지 몰라 서로의 이름을 묻지는 않지만 함께 일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험에서 지켜준다.

택배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작은 상자에서부터 쌀과 농산물, 생수, 어항 타이어, 가전제품 등등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다양하다. 택배 종류만큼이나 사연도 많을 것이다. 택배상자 안의 반가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택배 상자 밖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고, 빨리 배송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지 않아야겠다고, 그곳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사는 우리 이웃에게 시원한 물 한 병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해본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11월 6일~7일까지 충북 청소년 비경쟁 독서토론 한마당이 열린다. 이 책은 중고등부 선정도서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지금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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