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과 집착 사이에서
애착과 집착 사이에서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1.10.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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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애착(愛着)과 집착(執着), 쉽게 구분이 될 것 같다. 애착은 밝고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반면 집착은 어둡고 부정적인 의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집착을 명확하게 규정짓고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애착은 영어로 `attach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집착은 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않다. 대개 집착을 `obsession(강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강박과 집착은 분명히 다르다.



# 애착이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생겨난 많은 부랑아와 고아들이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을 겪자 UN에서는 심리학자 존 보울비(J. Bowlby)에게 이 문제를 의뢰했다. 보울비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렸을 때 부모-자녀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으로 설명했다.

보울비에 따르면 양육자가 아기의 필요와 욕구에 적절히 반응해주면 아기는 양육자를 신뢰할 수 있기에 안정 애착을 이룬다. 반면 양육자가 자신의 필요를 호소하는 아기의 신호에 적절히 반응해주지 못하면 아기는 자신의 욕구표현을 주저하게 되면서 양육자와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유아가 양육자와 맺는 관계 형성 정도가 성인이 된 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집착관계

집착은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것으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손상된 애착으로 본다. 애착 관계에 있는 사람은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할까?'라고 고민하고 상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반면 집착관계는 상대방이 고통스럽든 슬프든 간에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그걸로 끝이며,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행복해지기만을 원한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48%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 28% 정도는 집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런 집착유형을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유아기 때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자랐다는 것일까? 물론 유아기 때 부모 아래서 건강한 성장과정을 거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행복하며, 비교적 대인관계에서 안정적이고 신뢰감이 잘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안정된 애착이 평생의 안정된 애착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또 이 시기에 불행한 유아기를 거친 사람이라고 평생 안정된 애착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공식도 성립되지 않는다.



# 소유와 무집착

애착이란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느끼는 애정적인 유대관계다. 그러므로 사람이 성장하고 나이 들면서 각 시기에 맞게 자신이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과 제대로 된 애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애착은 손상되어 집착으로 변질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애착의 대상이 부모였다면, 청소년기에는 교사나 친구일 수 있고, 성인이 돼서는 연인이나 부부일 수 있다.

관계에 있어서의 집착은 상대에 대한 소유욕으로 인해 생긴다. 내 편으로 만들려는 욕구,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여주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관계의 집착이다.

법정스님은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라며 무소유의 삶을 살아갔다. 그런데 핵심은 가졌느냐 가지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집착하느냐 집착하지 않느냐에 있다.

무집착은 소유를 부정하지 않는다. 정당하고 필요한 기간만큼 소유하지만, 효용성이 다하면 미련 없이 내려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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