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10.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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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수명연장과 고령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 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데 26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 인구와 더불어 급격하게 늘어나는 질병이`알츠하이머'이다. 우리에게는 치매로 잘 알려진 질병으로 2018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75만 명에서 2024년에는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 가장 큰 노인문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알츠하이머'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하는 가족도, 친구도, 추억들도 모두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기억을 하나하나 지워야만 하는 슬프면서도 잔인한 병이다.

도서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우리에게는 `오베라는 남자'로 잘 알려진 프레드릭 베크만의 작품이다. 알츠하이머로 인하여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과 그의 손자 노아의 대화 속에서 삶과 죽음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에 다가가는 한 인간의 마음속 머릿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치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저자는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서정적이고 동화스러우면서 심지어는 판타지 한 느낌으로 풀어내고 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현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리지는 않고 있지만 그의 머릿속을 동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기억이라는 광장이 하루하루 좁아져 가지만 손자의 손을 꼬옥 잡고 손자와의 기억만은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의 심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할아버지를 사랑으로 안아주는 손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이 뭉클하였다.

기억이 점점 지워져만 가는 할아버지, 이런 할아버지에게 아들 테드와 손자 노아는 자신들이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기억과 추억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지워져 갈지라도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라면 과연 나의 부모님이라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부모님에게 이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할 수 있었을까?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품에서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노아 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 주겠니? 완벽하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자신에게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간다는 사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몸은 있을지라도 그 사람이 사라져가고 옆에 함께 있음에도 더 그리워지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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