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춤 추던 `B-boy' 친구 … 소방제복 입고 만났다
함께 춤 추던 `B-boy' 친구 … 소방제복 입고 만났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10.19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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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소방교·박광현 소방사 10대 시절 댄스팀 활동
춤으로 맺어진 인연 직업까지 함께 … 돈독한 우정 과시
(왼쪽부터) 음성소방서 삼성119안전센터 박광현 소방사와 청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박상현 소방교가 비보잉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이주현기자
(왼쪽부터) 음성소방서 삼성119안전센터 박광현 소방사와 청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박상현 소방교가 비보잉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이주현기자

 

청주서부소방서 박상현(28) 소방교와 음성소방서 삼성119안전센터 박광현(28) 소방사. 이들은 `소싯적(?) 춤 좀 췄다'는 춤꾼 소방관들이다.

청주 출신인 이들이 말하는 춤은 비보잉(B-boying)이다.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유행한 스트리트 댄스의 한 종류다.

관객이 있든 말든, 자신들의 춤을 선보이는 거리의 춤꾼들. 짜여진 각본 없이 추는 즉흥적인 움직임, 그리고 화려한 꺾기. 에너지 넘쳤던 10대 시절, 이들에게 비보잉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10대의 끝자락였다. 당시 충북대 근처 댄스 학원에서 만난 둘은,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비보잉 춤 연습을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그렇게 팀을 이룬 둘은 성안길 등에서 가진 버스킹 공연만도 수십 번이 된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춤으로 승화했던 그 시절은 지금도 그들에게 좋은 안줏거리다. 그만큼 춤은, 각자 다른 지역의 대학에 가서도, 군에 입대해서도, 늘 만날 때마다 그들을 이어주는 단단한 끈이 됐다.

하지만 걱정도 앞섰다. 진로 문제였다. 춤으로 성공하겠다는 다짐은 나이가 들수록 꺾이기 시작했다.

먼저 상현씨가 결단을 내렸다. 2017년 5월 모든 걸 뒤로한 채 서울의 한 고시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소방공무원에 임용됐다. 첫 발령지인 청주서부소방서 사직119안전센터에 와서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몇 시간이고 춤을 추며 땀을 흘렸다. 인생의 고민거리였던 취업이 해결되니 다시 춤이 생각났다.

친구의 소방공무원 합격 소식은 광현씨에게도 자극이 됐다. 역시 진로를 고민 중이던 그는 상현씨의 권유로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4월 음성소방서 삼성119안전센터 화재진압요원으로 임용됐다.

소방 제복을 입고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보고 한동안 웃었다고 한다.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같은 댄스팀으로 생활하고, 세월이 지나 같은 직업으로 다시 만났으니 말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들은 몇 가지 비보잉 동작을 선보였다. 어릴 적 함께 `합을 맞추던 때'가 생각났는지, 한 동작, 한 동작을 선보일 때마다 들뜬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선배 소방공무원이 손뼉을 치더니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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