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압수수색을 보며
충북교육청 압수수색을 보며
  • 김진균 청주 봉명중 교장
  • 승인 2021.10.19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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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 봉명중 교장
김진균 청주 봉명중 교장

 

교육은 희망입니다. 학생들은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꿈이 없다면 행복도 없습니다. 꿈이 없다면 삶은 가치 없는 삶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이 학교와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이 노인은 아들의 가족과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눈은 짓물러서 항상 껌벅거렸고, 그가 음식을 먹을 때는 손이 떨리고 힘이 없어 음식이 온 밥상에 흐트러지기 일쑤며 입가에는 음식이 항상 붙어 다녔습니다. 참다못한 며느리가 어느 날 남편에게 이렇게 쏘아붙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아버님 앞에서는 더러워서 밥을 못 먹겠단 말이에요. 그 날밤 부부는 긴 논의를 한 끝에 다음 날부터는 아버지를 따로 부엌 귀퉁이에서 식사를 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릇이 아니라 음식이 흩어지지 않게 커다란 뚝배기에 담아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손이 너무 떨려 그만 뚝배기마저 부엌 바닥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러자 며느리는 남편에게 말하길. 도저히 안 되겠어요. 이제부터는 밥을 구유에 담아드려야겠어요. 하면서 며느리는 소의 여물통 같이 긴 구유를 만들어 그 속에 아버지의 음식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부부에게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보니 아들 녀석이 어디서 주워왔는지 나무 조각을 들고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무얼하고 있는 거니? 네 살짜리 아들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유를 만들고 있어요. 나중에 아빠와 엄마가 늙으면 여기에다 밥을 담아 드릴려구요.”

얼마 전에 뉴스를 통해 충북 교육청이 납품 비리 협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교육청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은 검찰이 밝혀낼 것이고 우리가 갑론을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청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가 아닙니다. 잘못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그런 뉴스에 노출되지 않길 막연하게 기대를 해보지만,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방송, SNS 등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뉴스를 접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옛말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아니길 빌어봅니다. 아니 반드시 아니어야만 합니다. 이는 누구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교육 가족과 학생들을 위해 그래야만 합니다.

모델링은 교육 방법 중, 하나로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배웁니다. 물론 논어에 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라는 말이 있긴 합니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다 나의 스승이 된다'는 말인데, 이것은 교육적 이상으로 그런 배움의 자세를 지녀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이런 배움의 자세를 지니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고, 어른 노릇 하기가 힘든 것입니다.

교육청은 나무의 뿌리와 같고, 가장 윗물에 해당합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는 비바람을 버틸 수 있고, 곧게 자랄 수 있습니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서 아랫물이 깨끗하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웃으면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그리고 따뜻한 품성을 지닐 수 있도록 우리가 튼튼한 뿌리가 되어주어야 하고, 깨끗한 윗물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아이들이 우리를 위해 구유를 만들지 않습니다. 부디 아무 일 없이 잘 마무리되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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