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와 청주공예비엔날레
키아프와 청주공예비엔날레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10.18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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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역대 최고 매출과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우고 지난 17일 폐막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는 국내 재계 인사들과 정상급 연예인들이 전시 현장을 방문하면서 그 인기를 가늠하게 했다. 국내 유명스타들도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뜨거웠던 미술시장은 닷새 만에 650억 원의 매출과 8만8000명 입장객을 기록해 기염을 토했다. 열악했던 한국의 미술시장이 불과 몇 년 만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달라진 문화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한국미술시장의 변화 기류는 2019년 부산에서 열렸던 키아프 행사장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당시에도 코로나19 상황 속에 개최됐던 이 행사는 3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미술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다시 2년 만에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처럼 한국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뜨거워진 이유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그 하나로 꼽았다. 세계 각국이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개개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적 요소로 미술품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좋은 작품을 보면서 힐링하기 위한 선호 외에도 투자가치로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돼 뜨겁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가 심한 곳을 피해 세금에서도 유리한 미술품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미술품을 사도 취득세가 없고, 재산세나 종합소득세에도 포함되지 않아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키아프 측은 한국미술시장의 긍정적 반향에 따라 서울을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이처럼 한국미술시장이 커지면서 변화된 시장을 적극 활용하려는 주최 측의 움직임은 뉴노멀시대에 예술환경 변화와 대응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만년 불황인 한국미술시장이 활황으로 전환되기까지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코로나19 속 위기 문화예술계도 탈출구가 모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청주공예비엔날레도 폐막했다. 공예의 본질과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전시에 반영된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40일 동안 비엔날레가 열리다 보니 운영이 예년보다 쉽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람객 입장이 제한되었고, 야외행사는 행사 중간에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시민들과 함께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마지막까지 대안을 찾아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공예에 집중하고 공예작품들로 전시장을 구성해 공예의 정체성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비엔날레가 가진 확장성은 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는 격년제로 진행되는 비엔날레답게 좀 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보여주길 바랐던 기대감도 한몫한다. 공예라는 울타리를 넘어 융합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과정을, 충격을, 관람객들은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키아프의 대박 행진은 투자객만을 불러모은 게 아니다. 사지는 못해도 새로운 그림을 보고 싶어하는 젊은 미래 관람객의 발길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코로나19의 종식과 무관하게 문화예술 환경도 새로운 지형으로 나가고 있다. 뉴노멀시대, 대중의 관심은 위기의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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