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0.18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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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일단 TV를 틀고 보기 시작하면 8시간을 꼬박 앉아서 봐야 하는 영화.

전 세계가 `괴물'같은 한국산 초장편 영화의 탄생에 열광하고 있다.

2억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OTT업체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한 달 동안 질주하고 있는 `오징어게임'얘기다.

극장에서 볼 수 없고,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상영 시간이 무려 476분31초다. 8시간에서 3분 29초가 모자란 7시간 56분 31초짜리 한국 역사상 최장편 9부작 영화다. 그런데 묘한 마력이 있다. 한번 화면에 빠져들면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폭망한' 465명의 인생 낙오자들이 1인당 1억원씩 책정된 465억원의 총상금을 놓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인데 관람객들은 1부작에서부터 `몰입'을 당하고 만다.

한번 자리를 깔고 앉으면 8시간을 `정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휴일이나 야간에 시간을 맞춰서 작정하고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음식 배달업계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먹으면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인기도는 집계 결과만 봐도 쉬 알 수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10월 10일 기준으로 14일째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의 톱 10 TV 프로그램'1위를 지키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까지 통틀어 전 세계 TV 영상 1위다.

영화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신이 났다. 이 영화를 통해 콘텐츠 역대급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주가는 오징어게임 발표 이전 560달러에 머물렀으나 영화 흥행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14일 현재 633달러로 14% 이상 올랐다. 시가 총액은 2800억달러로 이 기간 동안 우리 돈으로 24조원이 불어났다. 오징어게임이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NBC도 “오징어게임이라는 K-드라마가 전 세계를 정복했다”고 극찬했다. 그런 오징어게임이 한국에서는 정작 12년간 외면을 받았다. 황동혁 감독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때는 2009년이다. 황 감독은 작업 당시 시나리오를 받아주는 제작사가 없어 노트북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0년이 지난 후에야 넷플릭스가 200억원을 투자했다. 결과는 `창대'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최선의 투자가 돼 `대박'을 터뜨려준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넷플릭스가 (200억원 제작비의) 오징어게임의 가치를 8억9110만달러(1조원)로 추산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현재 유럽, 미국, 동남아, 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에서 오징어게임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0억원 짜리 투자가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이번 오징어게임 열풍에 따른 수혜를 전혀 받을 수 없게 됐다. 판권을 비롯해 지식재산권(IP) 전부를 넷플릭스에 넘긴 200억원짜리 `노예 계약'때문이다.

국내 제작사들의 안목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제2, 제3의 오징어게임이 나와서는 안 된다. K-콘텐츠가 해외 거대 자본력의 OTT사들에 헐값에 넘겨지고, 국내 제작사들이 이들 OTT에 종속돼 통째로 IP를 빼앗기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오징어게임이 부디 `아(我)산지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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