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끓고 있는 부동층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부동층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10.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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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대통령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선 30%가 넘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누가 최선인가를 고르는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차선, 차차선을 찾아야 하는 불행한 고민이다. 여야의 유력 후보들이 정치판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대형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비리에 발목이 잡혀있다. 마지막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대패는 여론이 “나는 무관하다”는 그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그의 득표는 아슬아슬한 과반에 그쳤고, 상대인 이낙연 전 당대표 측의 불복을 초래했다. 당무위원회 덕분에 가까스로 이 전 대표의 승복을 얻어냈지만 그를 `원팀'으로 끌어들여 본선에서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후보가 확정됐지만 축하와 화합을 알리는 팡파르는 울리지 않았다. 대신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법원에 경선결과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 지사는 국감장까지 나와 결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당의 줄기찬 특검 거부와 검찰의 굼뜬 수사는 여전히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주고 있다. 여배우 교제 의혹과 형수와의 욕설 통화 등으로 호된 시련을 겪은 그가 대장동 터널을 무사히 통과해 당당한 대선 후보로 서게될 지 여당내에서조차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선두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사가 야당에 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한' 전대미문의 범죄를 지시내지는 방조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역시 무관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공수처는 그를 정식 입건한 상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해야 하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사기,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아내와 장모도 유권자들의 혀를 차게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겐 큰 짐이다.

상대의 흠집을 파고드는 데 올인하는 국민의힘 후보들간 졸렬한 공방전은 지지자들조차 수심에 빠지게 한다. 윤 전 총장은 상대의 의도적인 자극에 번번이 말려들어 실언을 거듭하며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정신머리라면 당이 없어지는 게 낫다”는 따위의 경박한 발언에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품격이나 역량이 읽혀지지 않는다. 라이벌인 홍준표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네거티브 외에는 보여줄 게 없다는 모습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윤 전 총장과의 1대 1토론을 마친 홍 전 대표를 두고 “술 먹고 행인에게 시비 거는 할배 같다”고 촌평했다. 5선에 당대표, 대선 후보까지 거친 관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두권을 형성하는 세 후보의 불안한 현주소가 부동층을 늘려가는 주범이다. 특히 두 후보와 관련된 의혹들이 선거 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과제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우리 후보만 결백하다는 내로남불식 언쟁만 난무하고 있다. 선거판이 이 논란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오로지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비교 검증하는 정상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한줌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이다. 검찰 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의 동원에 동의하고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유권자는 물론 지지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국민의힘 후보들도 정권 연장보다 교체를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안주해 집안싸움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진지한 정책 토론으로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후보들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30%에 육박한다는 중도층의 인내가 양당 구도를 뿌리채 흔들 쓰나미로 폭발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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