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의 얼굴
표심의 얼굴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10.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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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드디어 그날이 왔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의 아침은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어느 모 기관에서 대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영중은 왠지 공연한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쨌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주차할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주차할 빈자리가 영중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문을 여는 순간 이미 행사장 안은 벌써 많은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으며 북적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 상황은 적과 동지가 한곳에 모여 어울리고 있는 셈이었다. 우선 행사를 진행해야 할 의장을 선출하는 일이 순서였다. 누군가 영중의 과거 의장을 보았던 경력을 운운하면서 추천하였다. 그럴 때마다 영중은 투덜거리는 할 말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의장으로 선출해 놓고 대의원으로 한 석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했다. 또 한 사람의 추천으로 두 사람이 의장경선을 하게 되었다. 영중은 그들에게 무려 75%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닌게아니라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의장이 된 영중의 진행이 시작되었다. 선거방법은 대의원 인원수만큼 다 득표순으로 당선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입후보하였다. 이럴 경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이 없지 않아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른다면 안면으로 주고받는 거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투표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기표한 후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때까지 면면히 그들의 표정을 보았다. 사람들은 누구를 찍었을까 정말 알 수가 없었다. 투표가 끝이 났다. 곧바로 개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개표가 될 때마다 영중의 가슴속에서는 갈등과 혼돈이 일어나며 부딪쳤다. 그것은 영중의 이름이 드물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자꾸만 조여 오는 개표마다 영중의 숨소리는 타들어만 갔다. 영중은 스스로 낙선이 되었다고 미루어 짐작했다.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버젓이 의장으로서 이 행사를 진행했건만 정작 자신은 낙선된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지막 개표 한 장이 영중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떨어진 줄만 알고 있었던 이름에 커트라인의 숫자가 매달려 있었던 것이 아닌가 영중은 한편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찌 된 영문인지 어이가 없기도 하였다. 의장을 선출할 때 영중을 지지했던 얼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이렇게 그날의 선거와 행사는 마지막 의사봉 소리를 울리며 모두 끝이 났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각자의 표심이 있다. 그런데 이런 표심은 입장과 상황에 따라 미묘하고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항시 고정적으로 천착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심은 상대적 척도를 지닌 가치관에 의해서 변화를 엿볼 수가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런 가치관은 각양각색으로 사람들마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선거가 줄을 잇고 있다. 여러분의 표심은 어디를 향하는지 그 얼굴의 표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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