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마다 충주 가는 길
수요일마다 충주 가는 길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1.10.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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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올해 초 번잡한 활동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고 효율적인 집중을 위해 줄곧 병행하던 강의를 내려놓거나 대폭 줄이려고 했습니다. 간곡한 요청들을 거절하지 못해 도리어 강의 학점과 학교 수가 늘어나 15학점이 되었습니다. 과목도 다양해서 형법, 행정법, 항공우주법, 국제법 등을 망라합니다. 올해 초의 결심과 정반대이니, 의도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고 의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는 순리가 있는가 봅니다.

특히 국제법 강의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수요와 공급 자체가 귀합니다. 충북의 도청소재지인 청주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충주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는 친구의 혜안과 요청으로 대학도 아닌 고교 공동교육과정에 국제법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청주에서 음성을 거쳐 충주 가는 길은 도로사정이 좋지도 못하고, 충북 주요 도시 간의 이동임에도 늘 1시간을 넘기는 것에 불평이 많았습니다. 충청내륙고속화 도로의 완전개통을 기다리며, 빨리 가는 것을 포기하고 괴산(감물, 장연)을 거쳐 충주로 가는 호젓한 길을 체감합니다.

틈틈이 정치적 진로에 대한 고견을 주시는 대학 은사님은 15학점의 강의에 더하여 음성과 충주로도 분산되어 있는 강의일정을 아시고는 한숨을 쉬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십니다. 재판업무에만 매몰되면 학문적 연속성을 지킬 수 없기에, 효율성이 없는 선택이라도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에 기여하고 멀리 보아 나의 편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흐뭇해집니다.

국제법 강의가 인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소수정예인 10명의 고교생에게 벌써 개관한 것만도 대한민국과 국제법, 헌법에서 국제법 찾기, 한국전쟁, 통일문제, 독도문제와 일본 등에 달합니다. 곧 신나게 설명해주고 싶은 것이 10월 21일 발사예정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이야기입니다.

국제법 수업은 역사와 미래를 관통합니다. 미성년의 학생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역사의식, 대한민국의 정체성, 미래 주역으로서의 능동적 진로 모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를 너무도 거대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그 나이에 실제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큰 꿈을 지레 포기하며, 현실 속에서 우선되는 대학과 취업을 두고 열정적인 수업 참여에 대한 동력을 상실하고 맙니다.

생명권과 관련하여 사형제 폐지론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물었는데, 사형제도를 두면서 그 집행을 보류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사형제의 온전한 운용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이고, 사형집행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한 배려이므로 종신형을 통해 오랜 고통을 부여해야 한다는 소수의 견해 등을 알고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이미 어린 학생들의 생각에도 답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높은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게 돕는 것은 우리 어른의 책임입니다. 그러한 희망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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