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딴짓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10.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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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일탈은 짜릿하다. 때론 희열감도 안겨준다. 심장도 뛴다. 죄지은 사람처럼 남의 눈치도 본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꿈꾸는 일탈. 어쩌면 답답한 삶의 숨통을 트이는 출구인지도 모른다.

개미 같이 살아도 내 한 몸 누울 집 한 칸 마련 하기도 힘든 세상. 로또 한 장 주머니에 쑤셔 넣고 인생 역전을 꿈꾸지만 현실에선 배당금으로 수천억 원을 챙겼다는 화천대유 주주들 소식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공정과 원칙이 무너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건만 되려 원칙을 깨고 잇속을 챙기는 이들이 더 당당하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를 보면 딴 짓이 본업이고 업무가 뒷전인 정치인들의 민 낯이 드러난다.

소리 지르고, 막말이 오가는 국감장에서 피감 기관에 대한 감사는 뒷전이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 간 고성이 오갔다. 업무보고 문제로 설전을 벌였고 급기야 이 위원장은 박 의원을 향해 “야당 간사가 버르장머리 없게 뭐하는 꼴이야”라며“위원장이 진행 잘 하고 들어주니까 버르장머리가 있어야지. 버릇 고쳐”라며 소리를 질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했고 결국 감사가 45분여 간 중지됐다가 재개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이하 농해수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하 산자위) 등 상임위 여러 국감장에서는 대장동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과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농해수위에선 국감장 불출석으로, 산자위에선 `50억 클럽 돈 받은 자가 범인이다.'라고 적힌 피켓 시위로 응수했다. 교육위에선 여야 간사가 피켓을 내걸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마스크와 리본 등을 착용해 충돌했다.

정책 국감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소리를 지르고 막말을 해야 권위를 지키는 것으로 착각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국감을 본 국민들이 “코미디다, 이러니 개콘이 망했지”“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국감 시간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여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반면 훌륭한 딴 짓도 있다.

청주중학교 지선호 교장은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청주 블루체어 아트홀에서 희망얼굴 캐리커처 작품 특별 전시회를 연다.

2015년 처음 희망얼굴 캐리커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교장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자는 취지로 당시 교육부가 추진한 자유학기제 시범사업이 계기가 됐다. 가경중 교감이던 당시 그는 학생에게 욕설까지 들었을 정도로 부적응 학생이 많았던 학교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 변화를 위해 잊고 있던 40년 전 꿈을 떠올렸고 붓을 잡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에게 중학교 시절 선생님은 “딴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고 핀잔을 줬다.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은 학생에겐 딴 짓이었다. 지 교장은 올해로 교단에 선지 34년. 6년 전 찾은 꿈을 위해 독학으로 익힌 솜씨로 2500여 점의 희망얼굴을 완성했다. 지 교장이 그린 희망얼굴 중 한 사람이었던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는 지인에게 “희망 얼굴이 되고 보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희망얼굴 주인공들은 이번 전시회 기간 기부 활동을 벌여 어려운 주민을 위해 기탁할 예정이다.

딴 짓도 하기 나름이다. 빛이 되기도 하고 빚이 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의 딴 짓이 국민에게 희망이 되지 않는 이유는 책무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6그램의 국회의원 배지가 그들에겐 언제까지 가벼이 여길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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