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전달하는 메시지
오징어 게임이 전달하는 메시지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10.05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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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미국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K-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영화산업의 본 고장인 미국 헐리우드에서도 위협을 느낄 만큼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고, 실제로 전 세계 80개국의 TV프로그램 부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미국 CNN방송은 “정말 죽여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뉴욕포스트는 “전 세계에 대혼란을 일으켰다”고 극찬했다. 중국에서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 불법 유통이 극성이고, 심지어 중국 일부 상인들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자들이 입었던 초록색 체육복과 달고나 뽑기 키트까지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를 유독 배 아파하는 나라도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인들은 “옛날 게임을 통해 사람을 해치는 방식의 드라마 구성은 일본에서 자주 사용했던 콘텐츠를 표절한 것”이라며 “일본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할 작품”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CEO는 “오징어 게임이 표절한 일본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었나?”라며 일본인들의 주장을 비꼬았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인생의 밑바닥으로 내몰린 456명의 루저들이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상금 456억원을 쟁취하기 위한 목숨 건 사투를 벌인다. 게임 단계가 올라갈수록 비열한 방법을 써서라도 게임을 이기고 동료를 죽여야 자신이 살아남는다.

극중에 등장한 오일남이라는 사람은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최고령 참가자로 어마어마한 부자다. 오일남은 돈은 많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기쁘지 않고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친구들과 동네 골목에서 함께 어울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을 하며 놀던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음을 회상하고 오징어 게임을 기획했다. 오징어 게임 속에는 사람의 가치를 돈보다 하찮게 여기고 돈과 몸을 맞바꿀 수 있다는 인간의 물질만능주의 개념이 깔려있다. 상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모든 게임 참여자들은 돈 앞에서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

오일남의 극중 대사에서 “돈 없는 사람과 돈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없다는 거야”라는 말 역시 돈을 매개로한 인간의 본성과 현대사회 인간관계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부자가 되면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갖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으니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부자가 되고 나면 오일남처럼 모든 것이 시시해지고 더 큰 욕망에 허덕이게 된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옛말이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행복이라는 것은 억지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삶의 가치관과 신념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하차해 죽은 참가자들은 선물상자를 연상케 하는 핑크색 리본이 달린 관에 실려 나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만 생각하고 남을 짓밟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듯 싶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서로 믿고 협력하며 어려움을 타파하면서 살아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믿음과 협력이 결국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소중한 일상이자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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