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도 기존 방식서 벗어나야 한다
문화예술계도 기존 방식서 벗어나야 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10.04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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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추석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열흘이 넘도록 하루 확진자수가 2000명대를 기록하며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10월 연휴까지 겹치면서 많은 사람의 이동이 예상돼 위드코로나로 가는 길마저 멀게만 느껴진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정부는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세웠다. 특히 지역마다 축제가 열리는 10월이라는 점을 고려해 지자체에 지역축제 취소 및 연기 또는 비대면 전환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소소한 행사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진행될 10월 지역축제는 총 207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대면은 39건, 비대면 80건, 대면과 비대면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축제는 88건으로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취소 및 연기, 비대면 전환 요청 이후 대부분의 축제가 비대면 개최로 진행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또한 10월 이후로 연기되거나 취소된 축제도 50여 건에 이른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축제에 비하면 지자체나 공적 기관에서 추진하는 문화행사들은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충북 도내 축제도 이런 정부의 방침에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군 단위 지자체가 가을을 맞아 추진하는 지역농산물축제는 온라인 판매로 진행하며 농가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 회원들이 참여해 풍성한 예술축제로 물들였던 지역예술 축제도 대면을 최소화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영상 중심의 축제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는 17일까지 치러질 청주공예비엔날레 역시 지난달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진행 여부를 논의한 끝에 전시장 중심으로 운영하되 방역지침을 강화해 마무리 짓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장기간 전시가 열린다는 점에서 공연장과는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관람객 인원 제한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면사회에 커다란 블랙홀이 되어버린 바이러스지만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사회분위기에서도 문화·예술·축제가 살아남기 위한 모색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비대면 영상 송출로는 예술인들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평면에 가까운 영상 수준으로는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잡아두기엔 너무나도 뒤처져 있다. 그렇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새로운 예술세계로 뻗어나가기엔 기술력도 돈도 없다. 2년 가까이 돌파구를 찾아왔지만, 정부의 지원은 멀고, 예술은 가난하다는 사실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게 세계를 단숨에 충격에 빠뜨린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에 취소, 연기, 비대면이란 수식어와의 익숙함을 통해 무력감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비대면으로 문화예술이 외면당하면서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는 지역문화예술생태계는 네트워크란 이름 속에서 또 다른 단절의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없게 되었다.

인류학자들은 가까운 미래조차 지금과도 확연히 다른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기존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란 의미다.

결국, 문화예술계도 기존의 방식인 대형 공연과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더 작고, 더 세심한 문화예술 창구가 요구되고 있다. 이제 대중이란 말은 감염과 대치되고, 방역은 안전을 담보하는 기저 언어로 인식되고 있다. 크고 화려한 예술이 아니라, 작지만 창의적 발상으로 장착한 기획으로 지역 속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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