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
뇌피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0.04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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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도대체 누구의 `뇌피셜'이냐?

이달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상생소비지원금 시책을 두고 여론의 강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정책을 입안한 정부 부처의 공무원들을 향해 `뇌피셜'을 운운하며 비판을 하는 목소리가 크다.

뇌피셜은 신체 부위인 `뇌(腦)'와 `공식적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오피셜(official)'을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다.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을 뜻하는 의미로 쓰여지는데 신용카드를 더 사용하면 최대 월 10만원씩을 캐시백으로 돌려주겠다는 정책에 대해 네티즌들이 `뇌피셜'이라는 지적을 하며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을 맞아 소비 진작을 통해 중소상인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이 정책은 신용카드 보유자가 지난 2분기 월 평균 카드 사용액보다 3% 이상 더 쓰면 초과 사용분의 10%를 다음달에 카드 포인트로 돌려준다는 소비장려책이다.

시행기간은 10~11월 두달간으로 매달 10만원씩, 1인당 최대 20만원의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령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인 사람이 10월 한달간 200만원을 썼다면 추가 사용액 100만원에 대해 최대 10%인 1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11월까지 두달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 정책은 신용카드를 쓰는 국민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단 7000억원의 예산이 소진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자세히 속을 들여다 보면 실질적으로 이 정책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아보이지 않는다.

일단 10만원을 캐시백으로 돌려받으려면 신용카드를 평소에 쓰던 액수보다 2배 이상 써야 가능하다. 월 최대 혜택 한도가 초과 사용분의 10%이고 최대 캐시백 한도도 10만원이기 때문에 100만원을 더 신용카드로 지출해야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 주말 이 정책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되자 누리꾼들이 일제히 성토에 나섰다. 대부분 현실을 무시한 `낭비성' 정책이라며 날을 세웠다.

일단 과소비를 조장하면서 실질적으로 일반 서민, 중산층은 거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가장 많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100만원 쓰던 사람이 10만원 캐시백 혜택을 받으려면 지난달에 비해 신용카드 사용액을 100만원 이상 두배로 늘려야 한다”며 “일반 국민 중에 10만원을 더 받자고 100만원을 더 지출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들은 국민을 `호구'로 알고 있는 모양”이라며 “국민을 지원하려는 게 아니라 약을 올리려고 만든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누리꾼 A씨는 “이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신용카드로 과소비를 해도 되는 부유층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7000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정말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쓰지 않고 이런데 낭비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 사용처에 대형마트와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이 제외된 것도 성토 대상이 됐다.

한마디로 신용카드를 월 평균 100만원 정도 쓰던 사람이 10만원 캐시백 혜택을 받으려면 2배인 200만원을 써야 하는 이상한 정부의 지원 정책. 정책 입안 공무원들의 `뇌피셜'이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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