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9.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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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76개국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대선 후보는 이 드라마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넷플릭스 9부작 드라마다. 변변한 직장도 없고 간혹 생기는 돈은 경마로 날려버리는 성기훈(이정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수재에 여의도 투자회사에 다니며 성공한 줄 알았지만 잘못된 투자로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박해수)를 비롯해 탈북 브로커에게 돈을 사기당한 강새벽(정호연), 조직 보스의 돈을 도박으로 날려 먹은 장덕수(허성태) 등 다양한 인생 군상을 통해 극한에 처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한 작품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낯익은 여러 추억의 게임이 탈락은 곧 죽음인 치열한 생존 게임의 방식으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가 왜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우선 시대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출구가 없어 절망감에 빠져있는 현대인의 삶을 담아낸 축소판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독특한 설정 외에도 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인기의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지만 게임 관리자들은 `공정'을 강조한다.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시달려온 사람들이기에,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보고 통제하는 `가면인들' 사이에도 명확한 계급이 존재하고, 그 위에는 게임을 설계한 자들이 별도의 위계로 존재했다. 참가자들은 “이게 공정 맞아”라며 회의를 갖게 된다. 우리 사회의 화두를 회의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잔인한 동심으로 영화 기생충처럼 사회구조와 사람에 대한 메시지를 절묘하게 반영했다. 극 중 `현실이 더 지옥'이라는 메시지 또한 사실 생존 서바이벌 밖의 세상도 결국 적자생존의 논리가 적용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잔인한 동심에 공감하며 열광하는 이유다.

참가자들이 다수결로 중단을 결정하면 게임의 연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손 털고 집에 가면 그만이다. 처음에 한 차례 그런 시도가 있었다. 그 뒤로는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위험한 일방적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의지뿐인데, 합리적 다수가 결집하지 않는다.

결국 절대다수가 목숨을 건 비인간적 경쟁을 `승인'한 게 된다. 현실에서도 `다수의 뜻'이라는 통제장치가 있지만 제대로 쓰일 때는 드물다. 외려 폭정에 `다수의 동의'라는 면죄부를 부여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커진 양극화에 대한 불만을 시사한다. 게임판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참가자들에 공감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화두에 회의가 들게 만든다. 오징어 게임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빚이 주요 동기로 나오지만 탈북자의 고충, 폭력 피해자 등 여러 사연을 담았다”며 “누군가를 제거해야 내가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을 토대로 한 이 드라마는 한국적 소재를 동시대 세계인이 공감할 테마를 가미해 만든 것이 흥행 비결인 듯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 할리우드 콘텐츠를 K콘텐츠가 위협하고 있다고 평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배경을 생각하면 블룸버그의 진단이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K드라마의 성과를 발판으로 다른 예술 영역까지 확장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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