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다
안부를 묻다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1.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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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한다. 그녀는 오래전 같은 문하생으로 잠깐 함께한 사이지만 십 수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다. 이삼년에 한 번 만나지만, 얼굴을 자주 못 봐도 전화로 수다를 풀어 놓고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흔히 하는 인사말이 있다. 명절에는 `명절 잘 보내세요.', `명절은 잘 쇠셨어요?' 라는 인사를, 예전에 어른들이 하는 인사말에는 `식사 하셨어요?', `밤 새 별일 없으세요?' 등등 자주 만나는 사람들 간에도 때에 따라 적절한인사말을 하곤 했다. 이러한 인사나 안부를 물어온 연유는 아마도 잠깐사이에 편안하지 못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리라.

어린 시절 보고 들었던 인사가 절로 나와 스스로 놀랐다. 추석에 내려온 며느리에게 사돈댁의 안무를 물었다.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외갓집 가는 어머니, 친정에온 고모들에게 그 가정의 어른들의 안부를 묻고, 고모들이 시댁으로 돌아 갈 때 안부를 전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맏딸인 내가 결혼을 하고 친정에 갔을 때도 아버지 어머니도 그렇게 시댁의 안부를 전하곤 하셨다.

이즈음엔 특별한 날이면 전화기로 안부 메시지가 속속 날아든다.

명절의 이미지를 담은 다채로운 영상카드나 이모티콘 으로 덕담을 주고받는 문구가 넘쳐난다. 명절준비로 바쁘게 지내느라 미처 읽어내지 못한 메시지들이 빨간 등불을 켜고 봐주기를 기다린다. 멀리 미국 땅에 살고 있는 막내시누이도 명절날은 영상통화로나마 가족들과 소통을 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또는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엔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의 안부를 챙기며 살아간다.

때로는 얼굴 마주하고야 나눌 이야기도 있다. 혼기에 찬 자녀들이 결혼하겠다는 소식이 없을 때 부모들은 명절을 더욱 기다린다. 아들, 딸을 만나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슬쩍 떠보고 은근히 소개팅이라도 권해봐야겠다고 벼르며 자식을 기다린다.

부모는 두말할 것 없이 자녀가 결혼할 짝을 만났다는 소식을 가장 기대할 터이다.

에둘러 이런저런 자식에 대한 소식을 묻고 근황을 살피지만 기대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전화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눈치껏 꺼내기도 한다.

명절을 앞두고 이런저런 일들로 짬이 없었다. 친구가 연락이 뜸해도 명절준비로 바쁘겠거니 여기고 평상시처럼 잘 지내리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감감 무소식인 친구가 석연치 않아 추석날 오후 전화를 해봤다. 아뿔싸. 그사이 친구는 갑작스레 동생을 하늘로 보냈다했다. 아직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며, 왜 진작 전화 한통 넣지를 못했는지 미안했다.

거리두기로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다. 오랫동안 매월 만나서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지인들도 이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다. 꼭 연락하고 알려야할 큰일이 아니면 세세하게 소통을 못하고 지낸다. 그러다보니 지인들의 소소한 슬픔이나 어려움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게 된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계절도 바뀌고 명절도 지났으니 전화로라도 안부를 전해야겠다. 오늘 나의 평안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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