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중조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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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1.09.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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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서늘한 달 어느새 동산에 떠오르고/쌀쌀해진 날씨에 산기운 마저 숙연하구나!/가을바람에 한 잎 날릴 때/외로운 나그네는 창틈에서 잠이 든다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가을로 가는 길목에 청량한 바람이 붑니다. 이번에는 무문관 제8칙 해중조차5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無事人(무사인)이라고들 하는데 혹자들은 이를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무사인이란 그런 뜻이 아니지요. 무사인이란 이런저런 판단이나 자신의 의지대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순리대로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둘로 나뉘지 않으며 따라가 보아도 이것이고 따라가지 않아 보아도 이것이며 생각해도 이것이고 생각을 안 해도 이것이라서 도대체 잡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사인이라고 해서 전혀 감정도 전혀 안 생기고 화도 안 내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지요.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은 이미 목석과도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법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듯 샘솟는 샘물처럼 언제나 생명력이 넘치고 싱싱하면서도 온화하고 있는 그대로 이것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불완전함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만족하면서도 헤매지도 않고 언제나 화창하고 유쾌한 날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뿐이지 별다른 것 또한 아니라는 말이지요.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오온이라는 다섯 가지 작용만 있을 뿐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은 인연 화합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사물과 상황들은 갖가지 다양한 원인과 조건들이 화합하여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과 조건들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연기처럼 사라지게 된다는 말이지요.

여러분께서는 오온(五蘊 : pan ca-skandha)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다섯 가지에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 있는데요. 여기서 색은 육체작용, 수는 감각작용, 상은 표상작용, 행은 의지작용, 식은 판단작용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부처님께서 이 오온을 설하신 이유를 사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에게는 고정 불변한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지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오온에 자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육체작용, 감각작용, 표상작용, 의지작용, 판단작용을 제외하고 불변하는 자아를 내면에서 발견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오온을 제외하고 절대 변하지 않는 자아는 결코 찾을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오온설을 제안하셨습니다.

주목할 점은 오온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파괴됩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멈추어 호흡할 수 없다면 육체작용 중의 어느 하나가 그쳐버리게 되어 바로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오온 중 어느 하나가 극단적으로 사라지게 되면 우리의 삶 또한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지요. 오온 중에 어느 하나가 과거와 다르게 작용하는 경우에 생명에는 별다른 지장은 없다고는 하더라도 자신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띠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8칙 해중조차6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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