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행복을 보장할까
대학이 행복을 보장할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9.22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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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많은 사람은 많아서, 없는 사람은 없어서 걱정이다.

자기 먹을 복은 타고난다고 하지만 그것도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인지도 모른다.

최근 수백억 원대 연봉을 자랑하는 인터넷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강의 1타 강사들이 더이상 좋은 학력이 고소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메가스터디 수학 1타 강사 현우진씨는 최근 고3 모의고사 총평 영상을 통해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들을 향해“수능에 매몰되면 안된다. 수능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잘가고 그러면 앞으로 꽃길이 열릴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절대 그렇지 않다”며“수능은 단기 테스트이며 딱 끊고 일단 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투스 사회탐구 1타 강사 이지영씨는 대학이 밥벌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대학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이 씨는 “대학이 모든것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며“공부를 하는 것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대한 자본주의의 톱니바퀴 속에서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살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며 “자신의 이름 세글자가 브랜드가 되고 하나의 혁신이자 이노베이션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학 자원 감소로 대학이 위기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대학 입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다.

1타 강사조차 대학이 행복을 보장하지도, 미래를 보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교명 변경에 나서고 있다.

사립대는 물론 국립대도 학생 부족 사태를 피해 갈 수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학교 이름을 바꾼 대학교(전문대학 포함)는 27곳이다. 이 가운데 국립대학은 3곳이다.

대학 이름에 국립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대학이 소재한 지역 주민만 국립대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교명에 국립이라는 단어를 넣으려 애쓴다.

경상대는 올해 3월 경남과학기술대와 통합해 경상국립대로 교명을 바꿨다.

국립대인 목포해양대학교는 지난 8월 해양국립대학교로 교명을 바꾸겠다며 교육부에 신청서를 냈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통합을 추진하면서 올해 1월 교육부에 제출한 통합 신청서에 경기국립대와 경인국립대 두 가지 교명을 제출했다. 사립대들은 교명 변경을 하면서 지역색을 없애고 있다. 영동대는 유원대로, 천안연암대는 연암대로 학교 이름을 바꿨다.

교명을 바꾸면서까지 우리나라 대학들은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일자리가 변화하면 교육도 달라진다며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대학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안다. 살아보니 대학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자식들에게는 대학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대학 간판을 삶의 목표로 삼기를 강요한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도 채찍질한다.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다룬 도서`삶을 위한 수업'을 보면 덴마크 교사들의 수업철학 중 하나가 교실을 입시 전쟁터가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체험하는 생활공동체 공간으로 여기도록 한다는 점이다. 수능을 두 달 앞둔 고3 교실이 입시 전쟁터가 된 지 오래인데 학생들이 교실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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