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힐링 푸드
우리 모두의 힐링 푸드
  •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21.09.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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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한여름 뙤약볕이 끝날 것 같지 않게 극성이더니 오늘 아침 문득 선선해진 바람에 흠칫 놀란다. 9월,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듯 한 해도 반절이 지났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보내고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는 이동의 시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변화 중 하나. 왁자한 송별 회식도, 별다른 환영 행사도 없다. 차분한 일상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며 반기는 사람도 있고, 소리 없이 보내고 맞이함에 정 없고 씁쓸하단 사람도 있다.

함께 밥을 먹어서 식구(食口)라는데, 코로나19로 마주 보고 도란거리는 식사 시간 담소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점심 한 끼 함께 먹는 동료이고 식구다. 때로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전입 직원 환영 모임을 어찌할까 고민 끝에 온라인으로 새 식구 맞이 시간을 마련했다. 온라인 회의실에 연수원 본원과 분원 직원들이 모두 모였다.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있다. 연수원 세미나실에서 할 때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모두 보여 좋다. 통과 의례처럼 하는 인사와 자기소개에 `나의 인생 힐링 푸드'를 공통질문으로 넣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시간이 지나고, 한 사람씩 새로운 일터에 온 심정과 지칠 때 먹으면 힘이 나는 치유의 음식을 떠올려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어릴 때 먹었던 포슬포슬 찐 제철 감자, 엄마가 해주시던 막걸리를 넣은 술빵, 친구와 수다 떨며 먹던 매운맛 떡볶이, 퇴근 후 아내와 함께 먹는 닭발. 사연을 들으며 우리 모두 엄마를 떠올리고, 친구를 떠올리고, 아내와 남편을 떠올렸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음식들이지만 곁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있어 힐링푸드인 것이다.

다음날 연수원 급식에는 특별한 음식이 나왔다. 가마솥에 갓 쪄낸 포슬포슬 감자다. 감자를 나눠 먹으며 힐링 푸드의 주인공에게 손하트를 날린다. 감자 하나에 진짜 식구가 된 기분이다. 이제 감자는 우리 모두의 힐링 푸드가 되었다.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때로는 생각지 못한 소소한 처방으로 상처가 아물기도 한다. 무엇보다 치유는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아닐까. 삶 속에서 따뜻했던 경험이 우리를 또 버티게 한다.

어느새 마스크를 쓰는 일상에 퍽 익숙해졌다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상처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 안팎의 교육 활동 제약에 따른 교육적 피해가 적지 않다.

회복 대책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지급될 교육회복지원금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고 분분하다.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쩌면 해답은 간단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상처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삶에 활력을 주기를…. 교육회복지원금이 가져다줄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힐링 푸드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힐링 푸드는 우리 모두의 힐링 푸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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