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아, 진짜 내 소원은
보름달아, 진짜 내 소원은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9.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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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한가위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환한 보름달을 만나고 싶다. 누가 알려주었을까. 우리는 추석날 밤이면 비장한 마음으로 달을 찾는다. 마음 깊이 품은 소원을 빌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추석 달맞이는 우리나라의 고유 풍속으로 지역마다 흥미로운 유례가 있다. 남보다 먼저 보름달을 보면 아들을 낳게 된다고 하여 달맞이를 양보하기도 하고 달의 모양을 보며 풍흉을 점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소원 중 최고는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이 아닐까 싶다. 간절한 구국의 정신이 담겨 있어서인지 역사 속의 소원을 응원했었다. 그리고 기억 속, 최악의 소원은 통일을 기원하며 `우리의 소원'을 부르던 어린 시절이다. 아직도 가사를 잊지 않고 있으니 머리와 입에는 남았으나 마음에까지 남아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선미 작가의 `진짜 내 소원(글로연)'은 국가의 이념이나 암묵적 요구에 의한 공적 소원과는 매우 다르다. 이야기는 이렇다. 아이는 어느 날 램프의 요정으로부터 세 가지 소원을 말할 기회를 얻는다. 공부를 잘하게 해달라는 첫 번째 소원을 말했더니 엄마가 1등을 한다. 두 번째 소원으로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자 아빠의 차가 새 차로 바뀐다.

왜 소원은 늘 세 가지만 들어주는 걸까. 진짜 내 소원을 말할 수 없어 고민하는 아이에게 램프의 요정은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지, 음악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아는 것이 소원을 찾는 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이는 1년 후에 세 번째 소원을 말하겠다고 한다. 1년 후 진짜 내 소원을 말할 준비가 된 아이가 램프의 요정을 부르지만, 요정은 호리병에서 나오지 않는다. 1년 후에 말하겠다고 했던 것이 세 번째 소원이라면서 말이다. 결국 아이가 진짜 소원을 이룰 수 없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내 마음은 뿌듯하다.

아이가 빼곡하게 적어놓은 소원 때문인 것 같다. 아이의 달라진 변화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나의 소원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매우 창조적이며 개인적인 과정이다.

공부 잘하기와 부자 되기 소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문장을 완성하는 심리검사의 문항에 세 가지 소원을 적는 항목이 있다. 많은 아이가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 로또 당첨, 공부 잘하기를 적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 이면에 엄마와 아빠가 있다. 그러니 이 소원은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내적 대상의 소원이라 할 수 있다.

내적 대상은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양상을 보여주는 심리 내적 표상을 일컫는 용어다. 투사와 내사는 정신분석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심리 기제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연속적으로 부모에게 자신이 수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투사하고 부모의 불안이나 소망을 내사한다. 공부 잘하기와 부자 되기는 부모의 소원을 내재화한 것으로 그들의 의도에 반응하고자 하는 아이의 마음이라 하겠다.

내적 대상은 아이만이 갖는 관계 경험은 아니다. 이것은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상사에게 또 누군가에게 전이될 수 있다. 성숙한 대상관계란 자기와는 별개인, 보다 객관적인 대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이번 추석에 나만의 진짜 소원을, 그리고 간절한 코로나 종식을 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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