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만 같아라
  • 신미선 수필가
  • 승인 2021.09.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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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미선 수필가
신미선 수필가

호수처럼 깊고 푸른 하늘 아래 유치원 넓은 마당으로 전통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일정한 거리에 놓인 통 속에 화살을 던져 넣는 투호 놀이부터 널뛰기, 떡메치기, 제기차기, 말뚝이 떡 먹이기 등 그야말로 전통 놀잇감이 마당 가득 즐비했다. 놀이거리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재료들이라 아이들에게도 친숙해서 아이들은 금방 놀이에 빠져들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유치원에서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에 대해 계획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추석 이야기부터 추석에 먹는 송편, 추석날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하는 놀이 등을 이야기 나누는 한 주였다. 그 활동을 좀 더 확장해 올해는 유치원 마당에 전통 놀이시설을 실제 설치해 보기로 했다. 부모님들께 이런 상황을 공지하고 오래전 어느 마을에서 행해졌을 법한 추석날의 풍경을 재현해 보기로 한 것이다.

행사 당일 아침 유치원으로 등원하는 아이들은 곱게 한복을 입었다. 형형색색의 알록달록 고운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아이들이 흡사 깊어가는 가을 속 눈부신 단풍잎들 같았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해 주셨다며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곱게 댕기까지 매고 왔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한 번 더 눈이 가기도 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해 유치원에서 정기적으로 자잘한 소일거리를 도와주시는 시니어 단체 어르신 두 분께도 손을 빌렸다. 전통놀이인 만큼 어르신들께서도 낯익은 놀이이니, 놀이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다행히 어르신들께서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유년의 한때 추억을 부르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흔쾌히 도와주겠노라 하셨다.

아이들은 차례차례 규칙을 지켜가며 놀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널뛰기 앞에서는 모양새가 놀이터 시소 같다며 즐거워했고, 투호 놀이를 할 때는 통 속으로 화살이 들어갈 때마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다가 잘 들어가지 않으면 속상해 쪼그려 앉아 우는 아이들도 간혹 보였다. 그러면 시니어 어르신들께서는 아이 옆으로 다가가 어떻게 던져야 투호가 잘 들어가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다시 한번 도전해 투호가 들어가면 아이는 어느새 가을 햇살처럼 환하게 웃었다.

한 줌 바람에 가을 기운이 물씬 풍기는 풍경에 아이들 머리 위로 햇살이 눈 부신 날이었다. 처음엔 도와주고자 나섰던 어르신들께서도 어느새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인 듯 즐겼고 시공을 넘나들며 옛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더없이 사랑스러운 날이었다.

우리 모두의 희망이 결국 해를 넘기고 장기전이 되어버린 코로나 앞이다. 지난해와 별반 다름 없이 온갖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늘 마스크 너머로만 아이들 얼굴을 보아온 시간도 어느새 두 해가 흘렀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잠시나마 신나게 뛰어놀고 웃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동안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은 또 한 뼘씩 쑥쑥 자랄 것이다.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품어도 좋은 날이다.

저마다 고되고 사회적으로 혹독한 명절 분위기, 그러나 코로나가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들처럼 지치지만 않는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마다 건강과 안전이 아니겠는가. 만남이 조심스러운 추석이 코앞이지만 그 어떤 해 보다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마음의 풍성함 만큼은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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