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존재
가장 소중한 존재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9.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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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아니면 자신의 시간과 애정을 듬뿍 쏟아부은 자식일까? 그도 저도 아니라면 돈, 명예, 권력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소중한 것은 천차만별로 바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생각도 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며 행동하고 생각하는 주체인 `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이 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나고, 부인하고 거부하는 것도 나일 뿐이다.

하느님과 부처님, 도(道)에 대한 정의도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내가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나로 말미암아 존재하는, 내 마음의 투영(投影)이고 투사일 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와 둘이 아닌 가운데 나의 가치관 등에 의해 그 의미와 중요성 등이 정해지면서 이런저런 세상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이 세상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이 내 마음의 지은 바며, 이 말을 인정하거나 거부하는 것도 결국은 `나'일 뿐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는 당연히 `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은 단지 나에게만 해당이 되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고, 불성을 간직한 부처님이고, 하느님을 본떠 만든 독생자인 동시에 하늘 그 자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학의 3대 교주며, 민족대표 33인으로 3·1운동을 주도했던 우리 고장 출신의 손병희 선생이 주장한 천도교의 근본이념인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모든 사람이 하늘의 참 생명을 간직한 소중한 존재임을 강조한 가르침이다.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하늘의 참 생명과 하늘의 참뜻을 간직한 소중한 존재인 까닭에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하는 것이,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상대를 위하고 사랑하려는 모든 작위적인 생각들은 물론, 자신의 사랑을 상대가 받아 주기를 바라는 그 어떤 의도나 욕심 및 집착이 없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상대가 둘이 아닌 가운데, `머물고 집착하는 바 없이 생각을 일으키며, 사랑하되 사랑함이 없음'을 이름하여 참다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잘 키워서 비싼 값에 팔기 위한 목적으로, 닭이나 돼지를 배부르게 먹이고 영양 주사를 놓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필요나 자신을 위해 고장 난 냉장고나 자동차를 서둘러 고치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냉장고와 자동차를 고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 뿐, 냉장고나 자동차를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다운 사랑은 하되 함이 없어야 한다. 참사랑은 머물고 집착하는 바 없이, 그 어떤 의도나 목적도 없이 절로 절로 발현되는 영혼의 기지개여야 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손 자신조차 모르게 하는 것이 참사랑이기 때문이다. 올 추석에는 함께하는 가족들끼리만이라도 아무런 조건 없는 보름달 같은 참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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