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좋은 날, 추석
더없이 좋은 날, 추석
  • 김진균 청주봉명중교장
  • 승인 2021.09.1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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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봉명중교장
김진균 청주봉명중교장

 

이제 며칠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뜻이다. 가을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로 살기 가장 알맞은 시기이다. 일년 동안 농사의 결실인 곡식이 여물어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 민족은 농경 민족이다. 농사는 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지금도 태양력인 양력보다 달력인 음력을 농사의 기준으로 삼는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음력보다 양력에 의지해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과거 우리 조상들은 태양보다는 달을 더 중시하고 달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특히 여성들의 몸은 달을 중심으로 변화를 한다. 우리는 모두 여성의 몸을 빌려 세상에 태어났으니 우리의 몸도 달의 기운에 의해 태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도 달과 무관하지 않다. 송편은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는 과정을 보면 보름달 모양인 동그란 모양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곡식의 소를 넣고 빚어내면 반달이 된다. 이는 달의 변화과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달은 보름달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 또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리는 음식이 토란국, 과일, 송편인데, 이러한 음식을 올리는 것은 땅 밑의 열매인 토란과 땅 위의 열매인 과일 그리고 하늘의 열매인 달을 상징하는 송편을 조상님께 올려 세상의 모든 열매를 조상들이 흠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추석은 곡식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하나의 축제이기도 하고, 조상에게 모든 음식을 올려 효를 다한다는 면에서 조상 숭배 정신을 표현하는 날이기도 하다. 예전에 며느리는 가사 일에서 벗어나 친정에 갈 수 있는 기쁜 날이기도 하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누는 날이기도 하였으며, 소놀이, 거북놀이, 씨름, 강강술래, 줄다리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정신이 많이 퇴색되고 변질되어 추석 명절이 행복한 축제의 장이거나 따뜻한 가족애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형해화되어 하나의 의무이고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고, 명절 이후에 이혼이 증가하기도 한다는 말도 있다. 사위와 며느리가 가장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날이 명절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음식을 만들기 힘들다는 이유로 음식 대행업체에 돈을 주고 음식을 맡기기도 한다. 학생들도 스트레스로 시달리긴 마찬가지이다. 고3 학생은 수시 원서 접수와 수능시험에 대한 압박, 그 외 학생들은 얼마 남지 않은 중간고사 등으로 명절 연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디로 바람을 쐬러 가기도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명절을 보내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지 않는가. 한번 마음을 바꿔 먹으면 추석 명절이 스트레스만 쌓이는 날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날, 더없이 좋은 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공자에게 제자가 “부모님 삼년 상을 꼭 치러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자가 말하기를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면 괜찮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음식, 운전, 공부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마음만 있음 되지 않겠는가. 물 한 대접이면 어떠하고, 영상 통화 한 번이면 어떠한가? 마음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부디 이번 명절은 지족(知足)한 마음으로 모든 분들이 행복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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