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현대판 신분 계급 제도
코로나19가 만든 현대판 신분 계급 제도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09.14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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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국민들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생활습관이 됐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거나 사업장 문을 닫기도 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경제력이 있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에게 닥친 역경에 조금이나마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전 세계 경제력 1위인 미국은 우리 돈으로 연소득 약 9100만원 이하인 가정에 1인당 146만원을 지급했고 미성년이 있을 경우 61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중국은 현금 대신 소비금액의 20%를 할인해 주는 소비쿠폰을 발행해 모든 성인 소비자에게 지급했다. 중국은 자국민들의 빠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쿠폰 사용기간을 1주일로 한정하면서 폭발적인 소비활동을 이끌어냈다. 일본은 주민기본대장에 올라온 모든 국민과 3개월 이상 체류 외국인들에게까지 우리 돈으로 약 115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일본국민의 40%가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해 재난지원금을 저축하면서 일본 정부의 재난지원금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봉쇄령을 내렸던 영국은 사업체 경영유지, 국민 일자리 유지에 중점을 두고 우리 돈 약 18조3000억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면서 자영업자 500만명 중 95%가 혜택을 봤다. 호주는 직장이 없는 노인과 실직자에게 우리 돈 약 56만원을 지급했고, 캐나다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에게 매달 최대 172만원을,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에게 최고 26만원을 지급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부터 약 14조원의 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시행했고, 소상공인과 근로자, 소득 감소로 생계가 어려워진 특수고용직 등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올해 들어서도 특수고용직과 소상공인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게 4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했고 또다시 추석을 앞두고 11조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재산세 과세표준 기준 상위 88% 국민에게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재산세 과세표준으로 선정하면서 온라인 상에는 성골(상위3%), 진골(상위7%), 6~4두품(상위12%), 평민(상위90%), 노비(상위100%)로 구분하는 신라시대 신분 제도인 골품제도 계급표가 등장했다.

이 황당한 신분 계급표로 인해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인 `평민' 또는 `노비'에 해당된 국민들은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한 네티즌은 “나는 성골 신분이라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다”며 은근히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자랑하고 으쓱댔다.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많은 국민들의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나라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해 놓은 기분이다. 지원금을 받고도 착잡하다”는 글을 올려 만감을 느끼게 했다.

한 네티즌은 “나보다 비싼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도 지원금을 받는데 난 무슨 영문인지 6두품에 해당돼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나의 신분을 승격해 준 나라에 고맙다”고 조롱어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도 “난 가족과 묶이다 보니 진골로 신분이 상승했다. 지원금을 받기는 했지만 노비 취급을 당하니 기분이 나쁘다.” 등 다양한 반응과 목소리가 쏟아졌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사회에 현대판 신분 계급까지 만들어 버렸다. 참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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