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벼락부자
벼락거지 벼락부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9.13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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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수도권에서 `월세 난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세를 살다가 집 주인의 보증금 인상 요구액을 부담하지 못해 월세로 밀려나는 사람, 기존 월세집 임대료가 30%에서 50%이상 올라 또다른 월세집을 구하려는 사람.

이사철에 관계 없이 요즈음은 1년 내내 거주할 집을 싸게 구하려는 사람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복덕방을 찾고 있다.

하지만 별무신통이다.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부동산가격은 세입자들의 발품팔이와는 아랑곳없이 이미 `정찰 가격'으로 정해져 월세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전월세난(難)'은 매우 심각하다.

세입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던 전세가 자취를 감추고 월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 10건 중 4건이 월세(반전세 포함)로 계약됐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의 월세 비중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려 실수익을 늘리려는 집주인들이 많은데다 크게 뛴 전세금을 감당하지못하는 세입자가 반전세 매물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 매물도 가격이 폭등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15층·27층)에 거래가 이뤄져 1년 사이 월세가 100만원가량 올랐다. 1년 새 40%나 폭등한 것이다.

다른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다. 양천구, 영등포, 강북 할 것 없이 대부분 아파트의 월세 가격이 1년전보다 20% 이상 폭등했으며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파트 뿐이 아니다. 빌라, 일반 다세대주택 등 서민, 중산층이 거주하는 저가의 전월세 매물도 가격이 올랐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빌라 등은 전세 매물이 상당수 월세로 전환돼 서민들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뿐만이 아니다. 인근 수도권도 서울에서 밀려난 `난민'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덩달아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안양, 수원을 비롯해 경기 최남단인 평택에 이르기까지 오르지않은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수도권 지역에서 때아닌 경매 열풍이 일고 있다. 무주택자들인 2030세대가 아파트보다 훨씬 가격이 싼 빌라와 일반 주택을 경매로 구입하려고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로또 확률과 비슷해진 청약이나 일반 매매로는 도저히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젊은 부부들이 경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경매 시장에서도 집을 쉽게 구하기는 어렵다. 감정가에 이미 시세가 80% 이상 반영되어 있는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매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20~30% 비싼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래저래 무주택자들에겐 내집 문턱 넘기가 가시밭길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상투를 잡았다며 집을 사지 말라고 권유했다. 무거운 세금과 대출 규제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연일 경고장을 날렸다. 지금의 결과는 정반대다. 그 때 집을 팔았던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수억~수십억원을 손해 보게된 `벼락 거지'가 됐고, 산 사람은 `벼락 부자'가 됐다.

반면 수도권과 거리가 먼 충청 이남 지역의 집값은 되레 내렸거나 폭락했다.

수도권 집중화로 벌어지고 있는 이 기이한 상황을 지방에서 나고 자라, 살아야하는 우리 후세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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